EU, 자동차업계 '유로 7' 벌금 부담 완화 추진
배출권 차입 등 벌금 납부 방식 유연화 방안 마련할 계획 EU 집행위, 규제 폐지 아닌 실용적인 규제 준수 방안 마련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규제 유로7(Euro 7) 시행을 앞두고 자동차 제조업체의 배기가스 배출에 따른 벌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유럽 의회의 유럽 인민당 환경 문제 담당 수석 의원인 피터 리제(Peter Liese)는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EU 집행위원회가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와 협의 중이며, 다음 달에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피터 리제 의원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유로7 규제 벌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은행 대출 및 배출권 차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개정안에 포함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피터 리제 의원은 “예컨대 2025년에 배기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26년과 2027년에 목표를 초과 달성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대형 차량에 이같은 방안을 적용하고 있는데 경차와 승용차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목표는 유지하되 처벌은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단기적인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럽자동차업계, 유로 7에 불만 제기
EU는 이미 1992년부터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규제인 유로1을 시행해왔다. 이후 단계별로 강화된 유로2~유로5를 거쳐 2014년부터는 유로6을 시행 중이며, 2025년에는 유로7이 적용된다. 유로7은 유로6 대비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배출에서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유로6은 내연기관차가 배출하는 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 메탄 등 배기가스만 대상이었으나 유로7은 전기차, 수소차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기차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에서 나오는 미세입자 등 다른 오염물질 등이 규제 대상에 추가됐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내구성에 대한 기준도 엄격해졌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유로7 규제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며, 2023년 5월 보고서를 발표해 유로7을 완화시키거나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ACEA는 보고서에서 유로7 적용 시 자동차 1대당 2000유로(약 298만 원), 트럭 및 버스는 1대당 1만 2000유로(약 179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 자동차 소매가격 인상을 야기할 뿐 아니라 환경 혜택도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EU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5%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종합 대책인 ’핏포 55 (Fit-for-55)’에 따라 2035년부터 역내에서 배출량이 0인 전기차 등 무공해차만 판매하도록 하는 규정을 최종 채택했다. 신규 승용차의 평균 배출량 제한은 킬로미터당 116g에서 내년엔 94g, 2030년부터는 49.5g으로 강화돼 2035년엔 무공해 차량만 판매된다.
배출량 규제를 초과할 경우, 해당 차량 제조업체는 해당 연도에 등록된 신규 차량에 대해 초과 배출량(g/km)당 95유로(약 14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U의 경쟁력 강화 5개년 로드맵인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우르줄라 위원장은 “일부 기업들은 이미 (유로7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전기 자동차 개발에 투자했기 때문에 시스템에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환을 돕기 위해 규제를 “덜 복잡”하게 하고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유로7을 포함한 자동차 배출량 규제 자체를 축소하는 것은 이미 규제에 대비해 전기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 불공정한 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시행 규칙(배출권 구입을 통한 벌금 상쇄 등)을 포함해 기업들의 규제 준수를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ACEA는 “위원회가 자동차 제조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2025년 배출량 목표 준수를 위해 따라오는 비용에 관한 논의에서 긍정적인 측면”이라면서 “유럽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훨씬 더 큰 규모의 조치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