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2035 NDC 제출 기한 넘겨...9월로 기한 연장

195개 당사국 중 10개국만 기한 내 제출 1.5도 목표 부합하는 NDC 제출국 '영국'뿐

2025-02-11     김연지 기자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연설하는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사무총장.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기한인 2월 10일 이전에 NDC를 제출한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95개 당사국 중 지금까지 UNFCCC에 2035NDC를 제출한 국가는 ▲미국(2005년 대비 61%-66% 감축 목표)▲영국(1990년 대비 81% 감축 목표) ▲브라질(2005년 대비 59~67% 감축 목표) ▲아랍에미리트(2019년 대비 44% 감축 목표) ▲뉴질랜드(2005년 대비 51~55% 감축 목표) ▲스위스(1990년 대비 최소 65% 감축 목표) 등이다. 

기한 내 제출을 완료한 국가들의 NDC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기후행동추적기구(CAT)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제출된 계획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지구온도 1.5°C 상승 억제 목표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국가는 ‘영국’뿐이라고 평가했다. 

CAT에 따르면 스위스의 2035NDC는 국내 감축과 국제 탄소크레딧 활용의 비중이 불명확해 목표의 실효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태다. UAE는 2019년 대비 44% 감축을 제시했지만, 2030년 목표인 7% 감축과 비교할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2005년 대비 59~67%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토지이용 부문의 흡수원 기여도가 불투명해 에너지 부문의 실질적 감축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CAT는 평가했다. 

EU·일본·인도·중국 등 주요 배출국 2035NDC 제출은 언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 분석에 따르면, 아직 제출을 완료하지 않은 국가는 전 세계 배출량의 83%, 세계 경제의 약 80%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2월 제출기한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절차적 문제 ▲경제적 압박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먼저 유럽연합(EU)은 2035NDC를 포함하는 새로운 법안을 승인하는데 필요한 긴 절차로 인해 기한을 맞추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U는 2019년 '유럽 그린딜'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바 있다. EU는 '유럽 기후법'을 통해 이같은 목표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각 회원국의 공동 목표로 설정된 NDC 이행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일본 역시 내각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아사오 게이이치로 일본 환경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3월 회계연도 말까지 2035년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포함한 기후 대응 국가 계획에 대해 내각의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12월 합동심의회를 열고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2035년까지 60%, 2040년까지 73% 감축한다는 목표를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2030년까지 배출량을 46%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익명의 인도 관리들은 국가의 NDC를 발표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인도의 2035 NDC가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기후 재원 합의에 대한 실망을 반영”할 것이며, 이는 “(인도가 발표하게 될 2035NDC가)기후 행동에 있어 중요하거나 야심찬 목표설정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힌트”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35 NDC를 제출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2021년  206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마지막으로 어떤 기후목표도 공언하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구체적인 2035NDC 제출 시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호주는 “미국 대선의 결과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5월 호주의 연방 선거 이후까지 2035NDC 발표를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0일 NDC를 올해 하반기에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전문가 작업반 및 관계부처 협의체를 통해 2035 NDC를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엔, 9월까지 제출 기한 연장

클라이밋 홈 뉴스 등 다수의 기후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NDC 제출 기한을 올해 9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유엔은 11월에 예정된 COP30이 열리기 9∼12개월 전까지 2035 NDC를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유엔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의 질적 강화를 위해 제출 연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출 기한 연장을 발표했다. 사이먼 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지난 6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기후 콘퍼런스에서 “각국이 보다 야심 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기한 연장은 보다 강력한 감축목표를 확보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각국이 수립하는 NDC는 이번 세기 발표될 가장 중요한 정책 문서다. 따라서 NDC의 완성도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라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계획을 마련하고,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빠르게 NDC를 제출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다 철저하게 다듬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계획을 더욱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스틸 사무총장은 늦어도 9월까지는 NDC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이후에는 전문가들이 이를 종합 분석해, 현재 계획들이 지구 평균 온도를 1.5도 이내로 억제하는데 충분한지 평가하는 공식 ‘종합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