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글로벌 자동차社 기후·인권대응 10·12위 그쳐
기후·인권 연대체 ‘리드더차지’, 주요 18개 자동차 제조사 순위 발표 테슬라 1위 차지...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2~4위로 우수 성적 "현대제철 보유 현대차그룹, 녹색철강 통해 공급망 탈탄소화 꾀해야" 기업의 점수 진전, 당국의 지속가능성 규제와 관련 깊은 것으로 분석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글로벌 기후·인권 단체 연대체 ‘리드더차지’(Lead the Charge)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18곳의 기후 및 인권 대응 순위를 매긴 결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10위와 12위에 그쳤다.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1위를 차지했고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가 각각 2~4위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어 폭스바겐, BMW, GM, 르노, 스텔란티스가 10위 안에 들었다.
리드더차지는 12일 자동차 공급망에서의 온실가스 배출과 인권침해 현황을 분석한 연례 보고서 ‘자동차 공급망 리더보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리드더차지는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서 화석연료 사용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생산 자재를 추출하는 지역의 원주민 인권은 존중되고 있는지 등 기업의 기후 및 인권 대응 측면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를 포함해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폭스바겐 등 18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조사 대상이었다.
현대·기아차 ‘23년 대비 순위 소폭 상승
리더보드에서 현대자동차는 총점 21점을 받아 18개 제조사 중 10위를 차지했다. 2023년 11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숫자다. 보다 상세한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산림 전용 방지 및 생물다양성 보호 정책을 수립한 점이 점수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현대차는 철강 및 알루미늄의 탈탄소화에 있어 2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리드더차지에 참여하고 있는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특히 그룹 내 철강 자회사를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 구조를 감안하면 의지에 따라 철강의 탈탄소화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데 아쉬움이 크다”면서 “공급망에서의 노동 위험 요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노동자 권익 부문에서도 점수가 7점이나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16점을 받은 기아자동차 역시 2023년 1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리드더차지는 위험 식별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포함한 인권 실사 프로세스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환경 부문에서 여전히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져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기아차는 현대차와 같은 현대자동차 그룹 소속으로,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협력할 수 있음에도 철강·알루미늄·배터리 탈탄소 항목에서 최저점을 받는 데 그쳤다.
기후솔루션 철강팀의 안혜성 연구원은 “현대자동차 그룹은 계열사로 현대제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이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과 타타그룹뿐”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녹색 철강 생산을 강화함으로써 자동차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주도하고 현대차·기아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순위, 당국의 지속가능성 정책에 큰 영향받아
한편, 유럽과 미국 제조사의 점수는 동아시아 제조사들의 점수를 크게 웃돌았다. 테슬라(43점)·포드(42점)·메르세데스(41점)는 근소한 차이로 각각 1~3위를 차지했으며, 그중 테슬라는 총점을 8점 끌어올려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가 철강·알루미늄·배터리 공급망 내 간접 배출량(스코프 3 배출량)까지 세분화해 공개한 유일한 제조사라는 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리드더차지는 최근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대상 세금 혜택 폐지를 지지하는 등 반기후적 행보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평가에선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리드더차지는 또한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진전을 보였는가는 당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규제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경제 원주민 권리 보호 연합’(SIRGE)의 갈리노 앙가로바 사무국장은 “전기차 제조뿐 아니라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실사 관행에 있어서 보다 나은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면서 “올해 리더보드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여 준 분야는 유럽연합의 배터리 규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등 최근 승인된 정책의 대상 분야다. 따라서 CSDDD와 같은 강력한 의무 규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제도를 약화시킨다면 힘겹게 이뤄온 성과가 무너지고 변화의 길이 가로막히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