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ESG투자 성공 위해 챙길 것 5가지

새 정부 출범 후 공시 요건 등 ESG 규제 변화 전망 로펌 모건루이스,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5가지 제시 자발적 탄소시장 감시 강화 등 선제적 모니터링 필수

2025-02-14     이진원 기자
2025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J.D.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념하는 한 무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지속가능성 공시와 컴플라이언스 활동 등 ESG 이슈를 둘러싼 규제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트럼프는 반ESG 정책 기조를 분명히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만들어 놓은 ESG 관련 규제와 보조금들을 철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미국인 민주당 집권 개별 주(州) 및 유럽연합(EU)는 ESG 관련 입법 및 규제 강화 움직임을 이어가며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환경이 예고되자 기업과 투자자들은 ESG 규제 변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위험과 기회에 대응할 준비를 갖춰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필요시 ESG 전략의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세계적 로펌인 모건루이스의 파트너들은 1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기고한 글에서 ESG 환경에 큰 변화를 예고한 트럼프-밴스 행정부 시대에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5가지 사항을 소개했다.

새로운 투자 환경 속에서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할 ESG 투자자에 도움이 될 내용이기에 자세히 정리해 봤다.

1.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정과 리더십 변화

모건루이스는 트럼프 재집권의 영향으로 ESG 규제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인 SEC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SEC는 2024년 3월에 기후공시 규정을 채택해 상장기업이 증권 발행 전 SEC에 제출해야 하는 등록 명세서 및 연례 보고서에서 특정 기후 리스크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 이 규정은 법적 이의 제기로 시행이 자발적으로 중단됐다. 지금은 미국 제8순회 항소법원에서 심리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SEC 위원장으로 지명한 폴 앳킨스는 기후공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임명으로 관련 규제가 철회되거나 규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경우 이에 대해 SEC가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모건루이스의 전망이다.

단 기업은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후에 대한 SEC의 2010년 해석 지침을 포함한 기존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또 기후와 관련된 중대한 위험에 대한 공개가 필요한지 여부를 계속 평가해야 한다.

2. 개별 주 차원의 ESG 규제...캘리포니아 주목 

캘리포니아는 미국 주 중에서 ESG 및 기후 관련 법률 제정에 가장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10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및 기후 위험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기후 3가지 주요 법안인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Climate Corporate Data Accountability Act),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법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 Act), 자발적 탄소시장 공시법 (Voluntary Carbon Market Disclosures Act)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중 첫 번째인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에 따르면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이 2026년부터는 스코프 1 및 스코프 2 온실가스 배출량(직접 및 간접 배출)을 공개하고 2027년부터는 스코프 3 배출량(공급망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 공개해야 한다.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법은 연 매출 5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2026년까지 기후 관련 재무 리스크와 함께 기업이 기후 변화로 인해 재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영향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끝으로 자발적 탄소시장 공시법은 탄소 배출량 저감 목표를 선언한 기업에게 202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 및 탄소 상쇄 활동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탄소 상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리고 탄소 감축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법률들은 본사 위치와 상관없이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데, 현재 일부 기업들이 ‘표현의 자유(First Amendment)’ 위반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판결은 캘리포니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고 있어 기업들은 빠르게 새로운 법률과 관련한 데이터 수집 및 보고 시스템을 개선하여 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모건루이스는 조언했다.

3.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기업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초석 역할을 하고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추가성(additionality), 영속성(permance), 검증(verification)을 둘러싼 잠재적 사기 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빚어진 당연한 결과다.

추가성은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발생했을 온실가스 배출을 실제로 줄여 추가적인 감축 효과를 낸다는 개념이고, 영속성은 감축된 온실가스 효과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검증은 프로젝트에서 보고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독립적인 기관이나 감사인이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등장할 수 있는 조작과 사기 리스크를 경고했다. 최근 유엔의 지원하에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 표준이 채택되면서 기업들은 국제 프레임워크에 부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모건루이스는 기업들은 사기 등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며 이러한 시장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 EU의 ESG 규제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

EU의 ESG 규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과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은 EU에서 상당한 규모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반 다국적 기업에게도 준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CSRD에 따라 이런 비(非)EU 기업은 유럽의 지속가능성 표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 2027년부터 발효되는 CSDDD는 EU에서 활동하는 기업에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 의무를 부과한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이러한 지침을 비판하고 있지만, 모건루이스는 투자자의 요구가 기업들에게 이런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평판이 손상되고 강제 조치가 취해질 리스크가 있으므로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사전에 대비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 ESG 투자에 대한 연방 및 주(州) 차원의 이견

미국 주와 연방 차원에서 ESG 투자 정책에 대해 서로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자 자산운용사와 퇴직 연기금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주가 운용하는 펀드에 특정 사회 및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ESG 요소가 고려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반면 민주당 주도 주에서는 주 자산에 ESG 요소가 통합되는 걸 선호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모건루이스는 연방 차원에서 노동부가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에 따른 ESG 투자 규칙을 재검토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SG 요소가 명백히 금전적 이익과 연결되지 않는 한, 민간 퇴직연금에 이를 반영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모건루이스는 수탁자 책임 기준에 따라 ESG 요소를 둘러싼 소송도 증가하면서 퇴직연금의 ESG 중심 투자 전략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모건루이스는 "투자자들은 새로운 트럼프-밴스 행정부 하에서 규제 환경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SEC 정책, 주 차원의 법률, 연방 ESG 투자 규칙의 변화에 따라 규제 변화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시 요건에 맞추기 위해 강력한 데이터 수집 및 보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자발적 탄소시장 관행 등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