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공급망실사' 충돌...美 "무역조치로 보복" vs EU "간소화 검토"

미국 상무부 지명자, CSDDD에 무역조치로 보복 경고 CSDDD, EU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 대상 중 하나 EU,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재점검

2025-02-15     김연지 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지침(CSDDD)에 대해 무역 조치로 보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1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지명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CSDDD가 미국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적절한 무역 조치(trade tools)를 검토할 것"이라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말했다.

지난해 발효된 CSDDD는 EU 역내 활동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강제노동이나 삼림벌채 등 인권·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각종 의무를 담고 있다. CSDDD에 따라 회원국들은 2026년 7월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입법해야 한다. 아울러 2027년부터 EU 역내 매출 15억유로, 9억유로, 4.5억유로 이상인 역외기업에 대해서도 CSDDD가 3개년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러트닉 지명자는 어떤 종류의 무역 조치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 기업이 CSDDD를 준수하는 것을 불법으로 만드는 행정명령이나 입법을 지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규제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한 "CSDDD가 미국 산업과 미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고민 깊어지는 EU, 규제 간소화 대상 중 하나

CSDDD는 EU의 '경쟁력 나침반 정책의 일부'인 규제 간소화 대상 중 하나다. EU는 2월 중 지속가능성 규제의 중복을 없애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를 2월 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인권 침해에 대해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재검토하고 있다. 현재 CSDDD는 공급망 내 발생한 인권과 환경 위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 때 제재를 가한다. 기업이 리스크를 인지하고도 시정하지 않거나 방치할 때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각국은 의무 위반 기업에 전 세계 순 매출액의 최대 5%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U의 규제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는 EU 집행위원회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위원은 "민사 책임은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간소화)주제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회사가 가치 사슬의 위아래로 얼마나 많은 공급망을 실제로 모니터링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대변인은 집행위가 관련 규정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으며 논의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의 마리아 루이스 알부케르크 금융서비스 위원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역내와 역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고려할 때 ESG 규정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서 "기조는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CSDDD가 간소화 방향으로 완화되면 EU 진출 국내 기업들도 공급망 실사 대응에 부담을 더러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