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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거버넌스 개혁, 중단하면 다시 기회는 없다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7.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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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충실의무 도입 이후 3개 개혁 더 시행해야
배당소득 분리과세 당근책 병행하면 효과 클 것

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7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7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정치권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제도적 견제를 받으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재벌 중심의 경제권력은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다.

정치 영역에서 독재가 퇴장했는데도 경제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익 추구적이고 기형적인 구조가 압도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는 경제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재벌개혁을 약속했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고 관련 법을 개정하여, 상장 대기업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피라미드형 지주회사 제도를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벌 지배주주들의 일반 소액주주들에 대한 착취가 정교하게 진행됐다. 지주회사 제도는 재벌 경영권 세습의 효율적 수단으로 악용됐고, 합병·분할·상장폐지는 전략적 자본거래라기보다 지배주주의 자산 이전과 승계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터널링과 내부자 거래가 빈번해졌고 자본시장의 신뢰는 깊이 훼손됐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업거버넌스의 핵심 축인 이사회는 감시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사외이사는 관료·교수 등 엘리트 출신이 대다수지만, 재벌 권력과의 공생을 통해 자리를 보전하면서 생계형 ‘거수기’로 전락했다.

책임·투명성·견제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결과, 한국 자본시장은 기업가치의 구조적 저평가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내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거버넌스 개혁은 단순한 제도 정비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 자본주의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전환이자 사익보다 공존을 중시하는 시장 생태계로 가는 출발점이다.

현 시점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이후 기업 거버넌스개혁의 핵심은 세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이사회 다양성과 독립성을 확보한다. 둘째,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확대해 회계 투명성을 감독할 감사위원을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시켜 견제 기능을 실질화한다. 셋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실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법규를 정비한다.

기존 상법에도 충실의무가 명시돼 있었지만 제재와 책임 규정이 약해 현실에서 거의 이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불·탈법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 권한을 강화하고, 소수주주 다수결 원칙을 비롯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 이사회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 추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재계와 보수 언론, 일부 학계 인사는 “경영 효율성 훼손”이나 “외국인 투자 철수” 등을 들먹이며 조직적으로 반대한다. 이는 본심을 감추고 기득권 세습을 유지하려는 공포마케팅일 뿐이다. 엘리트 카르텔이 총동원되어 개혁을 흔들고 있지만, 더 지체할수록 한국 경제가 치러야 할 신뢰 비용은 커진다.

한편 지배주주들이 터널링 등을 통해 사익을 추구할 유혹에 더 이상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당근’ 정책도 병행하면 좋겠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전면 확대해 대주주들에게도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부자감세 논란이 따르겠지만, 이는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보유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함으로써 주가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톡톡히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거버넌스는 국가 경제의 제도적 인프라다.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 기능을 제대로 세우면 국내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는 재평가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불가능해 보였던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해 나아갈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세계 선진국은 이미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 기능 없이는 자본시장의 신뢰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제도를 정비해 왔다. 한국 역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기업의 탐욕이 법으로 보장되고 특권 세습이 제도로 허용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부패 구조를 다음 세대에 떠넘길 것인가, 아니면 정의로운 자본주의로 나아갈 것인가는 우리 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갈등을 직시한 개혁을 완수하느냐, 또다시 좌절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기업거버넌스 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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