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자회사 요건 충족에도 여전히 'VOC'로 분류 일탈 회계
이한상 교수 “지분법 적용해 매년 2조 규모 보험부채 계상해야”
차규근 의원 “명백한 특혜...삼성생명법 국회 문턱 넘게 될 것”
"생보사 공통회계기준…차익보다 보험금 안정지급 우선" 반박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삼성생명이 자회사로 편입한 삼성화재에 대해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계약자 몫이 소외되지 않도록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도 국제적 수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관 사파이어홀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현안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회계처리 문제와 보험계약자 권리 무력화 문제를 거론했다. 이 문제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보험계약자 보호라는 두 축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지금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핫이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재무회계학회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3분의 2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대해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지분법을 적용하면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할인해 약 2조원 규모의 보험 부채를 계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매각 계획이 없으니 현금 유출이 없다’며 보험 부채를 0으로 잡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유배당 계약자의 권리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으로,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자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화재 지분율이 15.43%로 높아져 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삼성화재 지분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자본시장법 취지를 훼손하는 전형적인 회계 일탈 사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은 보험계약자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으며, 현재 해당 주식의 평가 차익은 40조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IFRS 도입 이후 폐지된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미실현 차익이 계약자에게 배분되지 않아 계약자 몫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여한 김성영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주식 관련 논란에 대해 직격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계약자의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는 점과 투자목적으로 매수한게 아니고 보유목적으로 매수했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했고,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망각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전 보좌관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이유가 그룹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지배력 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2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도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고, 이는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쓰여왔다”며 “수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지적했지만, 삼성은 수십 년째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특혜이고, 수혜자는 삼성생명”이라며 “자본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높은 지금, 삼성생명법은 반드시 국회 문턱을 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지펀드 헤르메스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나단 파인스(Jonathan Pines)는 주제발표를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로 유지되고 있는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걸림돌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반면 삼성이 추천한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삼성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회계사로서 볼 때, 이번 논란에는 새 보험회계기준에 대한 오해도 있다”며 “계약자 배당은 특정 자산의 수익과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이익에 근거하며, 삼성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생보사도 같은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산업은 장기 산업인 만큼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재무 건전성과 안정적인 보험금 지급이 우선돼야 한다”며 “외부감사인 역시 해당 회계처리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