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한진칼 지분 18%확보...한진칼 자사주 663억 출연해 방어
LS, 대한항공에 650억 교환사채 발행...유사시 '우군' 확보 나서
거버넌스포럼 "경영권 방어용 자사주 출연·처분...주주이익 침해"
"자사주 우군에 매각해 지배권 굳히는 건 반칙...결정 번복하라"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호반그룹의 적대적 M&A 공세에 한진칼과 LS가 자사주를 활용해 사실상 경영권 방어 동맹관계를 구축한 것에 대해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9일 'LS 자사주 처분, 한진칼 자사주 출연은 주주이익 침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두 회사가 겉으론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곤 실제론 지배권 방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며 "자사주를 우군에게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것은 반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LS와 한진그룹은 지난달 25일 동반 성장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말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식 0.56%포인트를 추가로 사들여 18.46%까지 지분을 확대했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즉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호반그룹과 갈등 관계에 있는 LS와 손잡고 '백기사 연대'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LS전선과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은 특허 침해 문제로 소송전을 벌인 바 있으며 호반은 견제 차원에서 현재 LS 지분 약 3%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3% 이상을 보유하면 회계 장부를 열람하거나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경영에 일부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지난 15일 자기주식 0.66%(약 663억원)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기금출연 다음날인 16일 LS는 채무상환을 위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인수해 LS 주식 38만7365주(전체 발행주식의 1.2%)로 바꿀 수 있다. 교환사채는 발행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차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 5.8%를 6743억원에 사들여 의결권을 확보한 것처럼 제3자 매각시 의결권이 부활된다. 사실상 LS는 교환사채 발행으로 대한항공이라는 우군을 확보했다. 앞으로 LS가 한진칼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백기사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자사주는 회사 현금으로 매수한 것...지배권 방어 수단 될 수 없어"
포럼은 "애플과 구글, 애플과 TSMC, 엔비디아와 TSMC는 수십 년간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했지만 상호주를 보유하지 않았다. 협업은 자본거래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협업이라는 명목하에 자사주를 우군에게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것은 반칙이다. 지배권 방어는 높은 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자사주는 거버넌스 중 법과 회계의 불일치를 보여주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모든 주주의 돈인 회사의 현금으로 매수한 것이기 때문에 지배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또 "한진칼의 이번 사내복지기금 출연은 그동안 많은 상장사가 악용해 온 지배권 방어 목적의 기부행위와 같은 취지"라며 "자사주 처분은 유상증자와 같은 성질인데, 기부는 주식을 무상으로 공여하는 셈으로, 오히려 현금 출연이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출연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보인다"며 "차기 정부에서 일반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특히 포럼은 한진칼 이사회와 김석동 의장을 직접 겨냥해 "이번 자사주 출연이 이사회 심의 의안대로 지배권 분쟁과 무관하며 순수하게 복리후생을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정말 맞는가"라고 반문하고, "한진칼 이사회는 주주간 더 좋은 경영을 위한 정당한 경쟁을 위해 조금이라도 중립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시급하지 않은 결정은 유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칼 이사회 사외이사들은 독립성 관점에서 이번 출연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검토하길 권한다"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주주가치 침해 케이스 발생시 사외이사들은 일반주주 관점에서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거버넌스포럼은 LS에 대해서는 밸류업 계획 발표와 보유 자사주 15%(485만 주)에 대한 소각을 요구했다.
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소각과 즉시 기존주주 가치가 18% 증가한다. 자사주가 금고주의 형태로 장부에 남아있으면 대규모 주가 디스카운트 요소"라고 꼬집었다.
앞서 포럼은 지난 4월22일 '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 7가지 제언'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임직원 주식보상 등 투명한 사용처가 있는 경우 제외하고) 기존 보유분은 즉시 소각하고, 향후 매입 분은 3개월 내 소각을 모범정관에 도입하길 권고한바 있다.
한진-LS, 경영권 위협 호반그룹에 맞서 '백기사 연대' 본격화하나

한진그룹(조원태 회장)과 LS그룹(구자은 회장)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호반그룹(김상열 회장)에 맞서 지난달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우호 지분 교환을 위한 움직임에도 착수하는 등 유사시 우군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현재 한진, LS와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호반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다. 지난 12일 한진칼 지분을 종전 17.44%에서 18.46%로 늘리며 최대 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20.09%)을 위협하고 있다.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등 과반의 우호 세력이 있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선 호반 측이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진칼도 지난 15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 0.66%를 출연하며 의결권을 되살려, 호반과의 지분 격차를 2.3%로 벌린 상태다.
LS 역시 호반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LS그룹의 지주사인 ㈜LS의 경우, 구자은 회장의 개인 지분이 3.63%에 불과해 외부 위협에 노출돼 있다. 호반은 현재 ㈜LS 지분을 3%가량 확보하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축적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