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민서법원, “탄소중립 강조, 소비자 기만”
실제 사업 활동과 괴리...친환경 기업인 양 속여
관련 문구 삭제 명령...불이행하면 벌금 부과

[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프랑스 파리 민사법원이 글로벌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의 '2050년 탄소중립' 광고 문구가 소비자를 오도했다며, 허위광고에 해당한다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프랑스의 ‘그린워싱 방지법’이 에너지 기업에 처음 적용된 사례로, 전 세계적으로도 화석연료 기업의 탄소중립 광고가 법적 책임을 인정받은 첫 판례다.
법원은 토탈에너지스가 웹사이트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에너지 전환의 주요 주체”라고 밝힌 문구가 실제 사업 활동과 괴리돼 있으며, 이는 친환경 기업처럼 보이게 하려는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유엔환경계획(UNEP), IPCC 등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려면 신규 석유·가스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탈에너지스는 석유·가스 중심의 사업 확장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EU)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매출의 97% 이상이 비지속가능 부문(석유·가스)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토탈에너지스에 대해 ‘탄소중립’ 관련 문구 삭제와 판결문 링크를 자사 홈페이지에 이를 180일간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 최대 2만 유로(약 3346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한 그린피스 프랑스 등 환경단체 3곳에 각각 배상금과 소송비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글로벌 기업들, 그린워싱으로 줄소송
프랑스의 이번 판결은 선례로써 국제적으로 강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비슷한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글로벌 은행 HSBC에 대해 영국 광고심의기구는 지난 2022년 HSBC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투자’ 광고가 실제 화석연료 투자 사실을 숨기고 있어 기만적이라고 판단, 광고 중단을 명령했다.
2021년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글로벌 정유회사 쉘(Shell)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미루고 있다며, 2030년까지 배출량을 45% 감축하라는 법적 명령을 내렸다. 이는 민간 기업에 기후 대응 의무를 부과한 세계 최초 사례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Fly Responsibly’(책임 있게 비행하자)라는 캠페인에서 탄소중립 항공여행을 홍보한 것이 논란이 됐다. 네덜란드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사실상 불가능한 탄소중립 여행을 과장 광고했다”며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들, ESG 말보다 ‘실행’ 강조돼야
이번 판결은 ESG 경영을 내세우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분명한 경고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대기업이 “2050 탄소중립” 선언, “RE100 참여”, “그린수소 개발” 등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 비중은 여전히 화석연료·탄소집약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업 홍보 영상, 웹사이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서 과장된 친환경 표현을 사용할 경우, 앞으로 소비자기만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환경법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 객관적 사실과 다를 경우 책임을 질 수 있는 시대”라며 “단순한 ESG 마케팅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실행계획과 공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 내에서도 소비자 단체·환경단체가 관련 법적 대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ESG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