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단기 트레이딩펀드에 지분 넘긴 이유 납득 안돼”
“자사주 소각의무화 앞두고 성장재원 마련 명분 선제 매각” 의혹
“취득 당시 ‘주주가치 제고 및 경영성과보상’ 목적으로 사용 의문”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삼양식품이 자사주 조각 의무화 법안 발의 직전에 990억원대에 달하는 자사주를 대거 매각한 것을 두고, “자산 취급의 나쁜 선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6일 “자사주 제도 개혁을 위한 상법개정안 발의 전에 긴급하게 삼양식품이 이사회를 통해 자기주식을 사실상 자산처럼 처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취득 목적을 실제로 이행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양식품이 이를 앞두고 ‘선제 매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포럼은 “삼양식품 사례는 자기주식을 성장 재원 마련 명분으로 활용한 나쁜 선례”라며 “시가총액 10조원 규모의 K-푸드 대표 기업이 연기금 및 장기투자자가 아닌 단기 트레이딩 펀드에 지분을 넘긴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이 넘긴 자사주는 비리디안 에셋 매니지먼트, 점프 트레이딩, 바이스 에셋 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3개 기관에 돌아갔다. 이들 외국인 기관은 장기투자하는 우량펀드가 아닐뿐더러 이 가운데 2곳은 단기 매매 위주의 투자전략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장기투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럼은 김정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8명의 이사들이 자사주 처분 과정에서 해당 사안의 영향과 정당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포럼은 “삼양식품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 수준으로, 높은 성장성으로 유지되는 고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포럼은 이번에 매각된 자사주 가운데 기존 보유분 409주를 제외한 대부분이 2022년 2월 8일 이사회 결의에 따라 그해 취득된 물량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자사주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으로 돼 있다.
포럼은 “김정수 대표와 회사에게 3년9개월 전 취득한 자사주가 그 후 어떻게 주주가치 제고와 성과보상에 사용됐는지 묻는다”며 “국내 상장기업은 공시를 통해 시장과의 약속을 하는 만큼, 반드시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포럼은 “삼양식품은 현금흐름이 좋고 재무건정성도 뛰어나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굳이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현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김정수 대표 등 8명의 이사들이 994억원의 자사주 매각 대신, 잉여현금흐름이나 보유현금의 활용, 회사채 발행 등 다른 조달방법과의 우열을 진지하게 검토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 1740억원으로, 자기자본금이 4876억원이고, 시가총액이 9조 8758억원인 것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앞서 삼양식품은 더불어민주당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물론 기존 자사주도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법안 발의를 앞둔 지난 20일 자사주 7만4887주(0.99%)를 1주당 132만6875원에 처분했다고 24일 공시했었다.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같은날 ‘3차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25일 이를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오기형 의원은 특히 “(상장기업이)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해 놓고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것은 허위공시”라고 말했다.
코스피 5000 특위는 자사주를 언제든지 사고 팔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자본’으로 규정,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처분할 수 있게 만들겠단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교환이나 상환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회사의 합병이나 분할시에도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