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뉴스, 특집 기사로 블랙록 ESG펀드 문제점 지적
모델 포트폴리오 제공으로 시장 영향력 확대 주장

[ESG경제=이신형기자]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투자의 선구자로 통한다.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ESG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록이 굴리는 ESG 펀드가 실제로는 ESG 친화적이지 않으며, 교묘한 마케팅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뉴스는 두 차례의 CEO 서한을 통해 자본시장의 ESG투자를 선도했던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고발성 기사를 최근 내보냈다.
블룸버그는 블랙록이 북미 지역에서 웰스매니지먼트(WM) 담당자 등에게 인기 있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막대한 투자 자금이 블랙록의 ESG펀드로 유입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투자전략을 선택할 수 없고, 심지어 그들의 자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또한 "블랙록이 자사가 운용하는 ESG 펀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근거로 제시하는 ESG 평가등급은 펀드에 편입된 기업이 실제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이 쓰는 ESG평가 등급은 기업이 실제 외부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반대로 정부의 규제나 다른 요인이 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측정하도록 고안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 편입 기업 중 ESG 등급이 상향조정된 15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온실가스 감축이 등급 상향의 근거가 된 실제 사례는 단 한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ESG 평가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에게 블랙록은 가장 큰 고객으로 알려져있다.
MSCI는 셰브론이나 엑손모빌 같은 거대 정유사와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을 많이 해 준 JP모건 체이스 등 금융회사, 그리고 페이스북ㆍ아마존ㆍ맥도날드 등 환경이나 사회책임 분야에서 지탄을 받은 기업의 주식이 ESG 펀드에 편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블룸버그는 비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블랙록의 '아이셰어 ESG 어웨어 MSCI USA ETF(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는 S&P500 지수 보다 화석연료 기업의 비중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 투자를 내세우며 수수료만 비싸게 받아"
타리크 팬시 전 블랙록 지속가능 투자 담당 책임자(CIO)는 "블룸버그의 보도가 투자자에게 블랙록을 포함한 자산운용업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평가나 투자 비중 등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9년 블랙록을 떠났고 공개적으로 ESG 투자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또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의 ESG 펀드가 다른 일반 펀드 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 ESG 펀드의 수수료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블랙록의 일반 펀드보다 5배나 비싸다는 것이다.
팬시 전 CIO는 "선한 의도로 ESG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에게 ESG 펀드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월가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ESG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기후변화를 억제하거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가짜 약 효과'를 줄 뿐"이라며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사회적 병폐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델 포트폴리오 제공으로 우호 세력 확장
블룸버그는 최근 블랙록 매출의 주요 원천은 금융회사의 웰스매니지먼트(WM) 담당자나 재무설계자들에게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담당자의 업무부담을 줄여줘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했고 이들은 블랙록의 우호 세력이 돼 블랙록의 ESG펀드에 더 많은 투자 자금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 차례의 서한을 통해 ESG 투자가 자본시장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는 래리 핑크 회장의 발언이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블랙록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사용하는 재무설계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ESG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자산을 블랙록의 ESG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랙록은 "우리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받는 웰스매니지먼트 담당자나 재무설계자는 독자적인 상품 선택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