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으로 여름철 판매 금지했던 고에탄올 휘발유 판매 허용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고물가로 인기 떨어진 인기 만회 전략 분석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의 3월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국이 환경오염 우려 때문에 그동안 여름철 판매를 금지해왔던 고(高)에탄올 함유 휘발유 판매를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연료비 인하 효과는 별로 없고 환경오염 위험을 키우는 이러한 결정을 하며 ‘보여주기식 생색내기’를 한 게 아니냐는 게 비판이 일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려 선거 결과를 민주당에 유리하게 가져가게 만들려는 계산이 깔린 결정이란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조차 고에탄올 함유 휘발유 판매를 허용해봤자 가구당 1갤런당 불과 10센트(평균)의 미미한 연료비 절약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이번 결정으로 대기오염이 심화되면서 환경 피해는 커질 것이란 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바이든, 고에탄올 함유 휘발유 여름철 판매 허가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로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8.5% 급등했다고 발표한 직후 “유가 안정을 위해 올 여름 에탄올 함유량이 15%로 높은 고에탄올 휘발유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E15로 불리는 이 고에탄올 함유 휘발유는 더운 여름철에 사용할 경우 스모그를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6월 1일부터 9월 15일 사이에 한해선 판매가 금지되어 왔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휘발유는 대부분 에탄올 함유량이 10% 안팎이고, 이런 휘발유는 E10으로 불린다.

휘발유에 에탄올을 섞어 쓰는 방법은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다. 에탄올을 섞어 휘발유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중동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무엇보다 휘발유에 에탄올을 섞는 방법은 에탄올의 주산지인 미국 중서부 지역 농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높다. 하지만 환경단체들로부터는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정치적 계산 작용한 결정?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아이오와주에 소재한 바이오연료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에탄올 함유 휘발유 판매를 허용했다는 점이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의심을 사게 만들었다. 아이오와주는 에탄올 최대 산지다.
E15를 사용하는 중서부와 남부 지역들은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옥수수 생산지라 옥수수 수요 증대를 위해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연료 에탄올의 사용 확대를 요구해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월 기준 3.6%로 상당히 낮게 유지되고 있지만, 고물가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는 최근 하락 추세다. 따라서 중간선거에서 참패하거나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가 7개월 정도 남은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2.2%로, 바이든 진영에서조차도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중 적어도 한 곳 혹은 양원 모두 우위를 공화당에 내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전체 주유소가 15만개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의 효과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정치적인 측면 이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조치가 실질적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 오염 심화 우려
미국에서 그동안 여름철에 한해서라도 E15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이유는 여름철 더울 때 에탄올이 함유된 휘발유가 연소함으로써 스모그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한 캘리포니아에서는 E15 사용을 아예 4계절 내내 전면 금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환경오염을 대가로 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이자 대기 오염 전문가인 에드 아볼은 “휘발유에 에탄올 함유량을 늘릴 경우 일산화탄소 오염은 줄더라도 천식과 다른 질병들과 관련된 더 높은 수준의 실외 오존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서 에탄올이 대기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휘발유에 에탄올을 섞지 않는 편이 더 대기오염을 낮추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회보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이 재생 가능한 연료이긴 하나 지구 기온 상승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립과학원은 에탄올의 전체 제조 과정을 살펴본 결과 에탄올이 일반 휘발유에 비해서 최소 24% 더 탄소집약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환경단체인 푸드&워터액션(Food & Water Action)의 미치 존스 상무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염으로 얼룩진 에탄올 산업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주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우리를 실망시켰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