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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회장 승계...‘관치’ 논란에도 ESG경영에 “긍정적”

  • 기자명 김광기 기자
  • 입력 2022.12.10 17:30
  • 수정 2023.01.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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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회장 용퇴로 진옥동 내부 후보 ‘깜짝’ 추대
이복현 금감원장 ‘복심’ 작용 관측...“이유 있는 교체”
다른 금융지주사들 회장 연임에 가이드라인 될 듯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광기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갑작스런 변화가 왔다.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회장이 전격 교체되는 것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물론 금융위원회 관료들도 조용병 현 회장의 3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봤었다.

신한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조 회장 체제 아래서 선임된 점을 감안할 때 한번 더 조 회장과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조 회장이 스스로 3연임에 강한 의욕을 갖고 회추위 면접을 준비했었다.

진옥동 은행장, 회장 후보로 ‘깜짝’ 확정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한지주 회추위는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전격 추천했다. 진 신임 회장은 내년 3월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 2026년 3월까지다.

조용병 회장은 회추위 면접에서 돌연 자진 사퇴의 뜻을 피력했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과 그룹 경영진의 세대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신한지주의 이번 회장 교체는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들의 지배구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 3~4연임, 만 70세 퇴임의 관행이 깨지고 2연임(6년)의 새로운 전통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적어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렇다.

배경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정설이다. 이 원장이 정권 실세임을 감안할 때 이는 대통령실의 의중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검찰 출신, 정권 실세 금감원장의 ‘실력 행사’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월 14일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인 사외이사들을 불러 "공정하고 투명하게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선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리에 미련을 갖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이사회와 경영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성·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사외이사는 (교수나 관료 출신과 같은)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편중되지 않게 구성함으로써 이사회의 다양성 및 전문성을 높여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이사회가 안정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금융지주회장의 3연임 전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정통 금융 관료 출신 금융위원장 등이 주저하는 상황에서 검찰 출신의 정권 실세인 금감원장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해석이다. 이번 신한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 원장은 3연임에 도전한 조 회장에게 ‘용퇴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을 것이란 얘기다.

‘관치논란’에도 후계자 승계정책 정상적 가동 입증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치금융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신한지주 회장 선임은 그룹 내 승계 후보관리군에서 육성된 후계자로 승계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혹시 관료나 대선 캠프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왔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조 회장이 아무 이유 없이 관의 압력으로 밀려난 것도 아니다.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 회장도 스스로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실제 이번 세대교체는 후계자 승계정책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신한지주의 향후 지배구조에 긍정적이다.

한국처럼 기관투자자 및 소액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 오너 없는 기업의 CEO가 사실상 '셀프 연임'으로 장기 재임하면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훼손할 위험이 따른다. 사외이사의 경우, 6년 임기 제한이 이미 제도화되어 실시되고 있다. 반면, 사내이사인 CEO의 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만 70세까지 4연임을 하며 회장 임기를 지속했던 하나금융지주의 사례도 있었다.

더구나 정부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손쉽게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후계자 승계정책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회장이 3연임 이상 장기 재임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은행 등 지주 산하 금융회사의 CEO를 역임하며 내부 승계정책에 따라 준비된 실력있는 후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면 언제든지 회장직을 이어받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3연임 전통이 굳어지면 후계자들에게 거의 10년 간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 3연임 이상 장기 재임한 금융지주 회장들은 "물러나려 해도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장기 재임하기 위해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거나 오히려 잠재적 경쟁자인 내부 실력자들을 내쳤다는 비판의 소리가 컸다.

외국 금융회사들은 10~20년 간 장기 재임하는 CEO가 많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을 잘하면 오래 재임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것이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은 16년 째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례가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이사회가 현 경영진이 아닌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히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의 얘기다. 한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선임되고, 이들이 회추위를 구성해 회장의 연임을 결의하는 '셀프 선임'의 고리가 아직 강고하다. 

물론 혁신 역량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내는 CEO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CEO가 장기 재임하려 나설 때 이렇다 할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신한지주의 ESG평가는 매우 우수, 지배구조 S등급

진 회장 후보는 회추위 면접에 앞서 “재무적인 부분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부분도 같은 무게와 크기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신한금융지주가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로서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한 것이다. 향후 신한지주의 ESG경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ESG평가원이 평가하는 신한지주의 ESG등급은 A+로 매우 우수하다. 특히, 지배구조가 S등급으로 금융업종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사회 구성 및 운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경영자 평가, 주주권리 보호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 신한지주는 이번 이슈로 후계자 승계정책의 정상적 가동이 확인되었다. 앞으로 한층 우수한 지배구조의 전통을 쌓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기 ESG경제 발행인]

                                 김광기 ESG경제 발행인
                                 김광기 ESG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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