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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주총 화두는 ‘주주환원’ 확대...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 기자명 김도산 기자
  • 입력 2023.02.13 00:36
  • 수정 2023.02.13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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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과 주주행동주의 강화 맞물려
SKㆍLGㆍ현대차 등 주주환원 확대 앞장
은행계 금융지주사들도 배당성향 높여

국내 상장사들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을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국내 상장사들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을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김도산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2022회계년도 결산을 마치고 3월 주주총회를 준비 중인 가운데 실적 개선 기업들을 중심으로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잇따라 표명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에 관심을 높이는 가운데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 강화를 적극 요구하는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자들은 올 주총 직후 과거 어느 때보다 두둑한 배당금을 챙길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적 호전 대기업들, "많이 벌었으니 더 풀겠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당으로 1주당 자사주 0.033주의 현물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몫) 30% 수준으로, 1주당 자사주 0.011주를 지급한 2021년에 비해 3배로 늘어난 규모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고유가와 석유류 수출 증가 등으로 연결기준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98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는 지난해 주당 2800원(보통주 기준)이었던 배당금을 올해 200원 늘려 3000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LG는 지난해 순이익의 65% 수준인 448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데 이어 올해는 69%인 4745억원을 풀게 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그룹도 통 큰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배당금을 전년(4000원)보다 50% 늘어난 주당 6000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2022회계년도 연간 배당은 중간 배당 1000원을 포함해 역대 최대인 주당 7000원이 됐다. 배당금 총액은 1조5725억원이다. 현대차는 이달 3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중 발행 주식수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각한 바 있다.

기아는 올 배당금을 전년 대비 16.7% 높인 3500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향후 5년간 최대 2조5000억원 규모로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자사주 매입분의 50%를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은 보통주 기준 전년(2200원) 대비 63.6% 증가한 36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E1은 지난해 LPG 제품 트레이딩 사업 호조 등으로 실적이 개선돼 직원들에게 기본급 1500%의 성과급도 지급했다.

물류 운임 상승 등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연간 실적을 기록한 LX인터내셔널도 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30.4% 증가한 1주당 3000원으로 정했다. 풍산홀딩스는 발행 주식 수의 4%, 자기 주식 수의 50% 수준인 자사주 41만1000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된다.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한국 증시 배당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한국 증시 배당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은행계 금융지주사들, 배당성향 30%대로 높여

지난해 금리상승과 예대마진 확대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계 금융지주사들도 주주환원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KB금융지주의 2022회계년도 총 주주환원율은 33%(현금배당성향 26%+자사주 3000억원 매입)로 2021년보다 7%포인트나 높아졌다.

신한금융지주도 기말 배당금 2065원(분기 배당 865원 포함)과 1500억원어치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주당 1130원의 배당(중간배당 150원+연말 배당 980원)을 하고, 총 주주환원율 30% 선을 매년 이어가기로 했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초 “국내 은행주의 만성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금융지주사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연대를 요청했다. 증시의 기관 및 일반 투자자들의 호응이 커지자 금융지주사들은 줄줄이 주주환원율을 30%대로 끌어올렸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주주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니 경영진 입장에서 배당 등을 굳이 늘릴 이유가 없었고,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청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은행이 번 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더 쓸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가 배당을 늘리면 지분율이 높은 외국인 배만 불린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투자 많이 하고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한 돈도 수백조원에 달한다"며 "애플·테슬라 투자해서 돈 벌면서 외국인 돈 버는 데 기분 나빠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정책은 지난해 호실적에 대한 주주 환원이자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라며 "자사주 소각이 늘어나면서 주당순이익은 더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 배당제도 개선..."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국내 상장사의 배당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상장사들이 배당액 규모를 먼저 발표한 뒤 배당 기준일을 정해 투자자들이 배당 내용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배당 기준일을 변경, 이르면 2023년 결산 배당부터 개선된 제도를 적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사의 배당 정책과 주주환원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이 향상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라며 "이런 노력으로 주주가치가 제고되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배당제도 개선 방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배당제도 개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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