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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회 물줄기 된 ESG, 이론적 배경은 빈약

  • 기자명 이태호 기자
  • 입력 2023.06.19 21:34
  • 수정 2023.07.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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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시민의 행위규범, 정부정책 방향에 큰 영향
학문적 배경은 일천...‘정의론’ 토대로 체계화 어떨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흐름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방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이제 ESG에 대한 이론적, 학문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ESG에는 세상에 이로운 가치가 다 들어있다”는 포괄성이 운위되는데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이 무엇인지 따져 볼 단계라고 본다.

전 지구적 환경위기와 소득 불평등의 문제, 그리고 주주중심주의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과 기업의 행동규범, 정부 정책 방향 등으로 ESG 흐름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치한 이론적 배경에 대한 논의는 미흡한 상황이다.

왜 환경을 보호하고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전할 수 있을지, 소득불평등은 왜 발생하였으며 어떻게 하면 이것을 치유할 수 있는지, 주주중심주의는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학문적,이론적 설명을 찾기 힘들다. 현상을 관찰하고 거기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책을 상식 차원에서 제시할 뿐 좀더 심층적인 분석과 처방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특정 분야가 학문적으로 정립되려면 이론적 배경이 탄탄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의 ESG 운동의 근본에 대한 심도있는 이론적 토론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적이고 현상적인 진단과 구호에 그치고 있다.

나는 정의론의 관점에서 이론적 배경을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다른 연구틀이 있을 수 있으나 정의론은 지구 환경과 사회적 가치, 거버넌스를 모두 포괄하는 연구틀을 어느 사상 체계보다 잘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환경문제를 다루는 이론은 환경정의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정의 (環境正義)란 “환경의 세대 간, 국가 간, 계층 간, 생물종 간 배분의 형평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자연환경은 공익성이 강하므로 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이익을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리고, 환경 파괴를 줄여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취지다. 따라서 환경정의 이론은 환경문제에 대한 기본이론이 되기에 적합하다.

ESG 역풍 불 때 이론적 뿌리 튼튼해야 안 흔들려

두 번째로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하여는 사회정의론이 기본이론이 된다. 피케티에 의하면 오늘날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은 자산소유의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분배정의를 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문제의 중요한 과제다. 이것을 분석하는 이론인 사회정의론이 기본적 이론이 될 것이다.

세 번째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다루는 이론은 주주중심주의를 분석하는 틀인 주인-대리인 이론, 그리고 주주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주인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계약적 지배이론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기업,기관 등 크고 작은 조직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태에서 주인인 주주와 대리인인 경영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주인-대리인 이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인이 대리인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감시 감독하는 제도가 온당한 지배구조라는 이론이다.

계약적 지배이론은 주주만이 경영위험을 부담하는 독점적 ‘잔여 청구권자’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도 실질적인 잔여청구권자다 그래서 지배구조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계약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결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배구조이론도 다양한 당사자 간의 권리와 위험을 정의롭게 배분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론은 이처럼 환경과 사회,거버넌스를 포괄하는 이론이 되기에 이점이 많다. 현대 정의론은 존 롤스의 평등 자유주의 이론, 로버트 노직의 자유지상주의 이론, 그리고 마이클 월저의 공동체주의적 이론 등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정의로운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그리고 난 뒤 ESG의 각론에서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작금의 ESG 운동은 합의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고 바탕이 되는 이론도 부재한 상태다. 그래서 ESG 운동이 나아가는 길도 제각각이고 혼란스럽다. 사회적 역풍이 불어도 이를 이론적으로 반박할 큰 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금지한다고 하더니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자 이런 목소리가 주춤하고 한시적이나마 다시 화석연료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곳곳에서 나온다. 미국의 일부 주 정부들은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는 운용사들을 연기금 등 주정부 자금 운용에서 배제한다는 반ESG적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논리정연한 이론적 반박은 보기 힘들다. ESG 운동의 학문적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ESG 운동이 추구하는 세계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다. 정의론을 ESG 운동의 이론적 뼈대의 하나로 삼으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이태호 ESG경제 칼럼니스트 / 한경대학교 브라이트 칼리지]

                                이태호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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