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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들, 말로만 ESG"...英 FT, 포스코ㆍ쿠팡 사례 들어 비판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1.05.24 18:28
  • 수정 2021.05.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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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투자 외치는 기관들,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요구에 침묵"
노동자 사망사고 책임 논란 불구 포스코와 쿠팡 행보에 관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진원 기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포스코와 쿠팡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 사망사고를 예로 들며 한국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ESG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위험한 노동 환경 개선 요구에 침묵하는 위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SG 투자란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감안하여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투자 전략으로, 투자 대상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책임투자(SRI)라고도 한다. 그런데 국내외 투자자들이 말로만 SRI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의 경우 포항제철소에서 잇따라 산재 사고가 일어났지만 글로벌 경제 회복 분위기 속에서 올들어 주가가 약 40% 올랐고,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묵인 속에 최정우 회장이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쿠팡 역시 배달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3월 블랙록과 소프트뱅크 등 투자자들의 지지 속에 미국 증시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840억달러에 이르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재해사고 급증 불구, 국민연금 묵인 속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포스코에서는 2017년 2건에 불과했던 재해사고가 2018년 11건, 2019년은 43건, 2020년은 21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중립을 지킨 가운데 최정우 회장은 무사히 연임했다. 최 회장 연임은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ESG 투자를 내년까지 기금 전체 자산의 절반 수준으로 확대하고, ‘K-ESG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업·금융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형 ESG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나선 기관이다. 

24일 포스코 노조는 "3월 12일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연임하며 2기 경영체제가 시작됐지만, 포스코의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제철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노동안전보건 시스템 혁신은 더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포스코는 사고가 발생하면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 사후 대책 마련 등을 발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이라며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제안도 묵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하자 고용노동부는 포항제철소에 대해 8주간(2021.2.17.~4.13)의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225건의 위반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 노동자 사망에 책임 부인..."투자자들, 말로만 비재무적 요소 중시"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매출액이 1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배달이 급증하면서 여기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늘어 5만여 명에 이르지만, 이들 대부분의 고용 형태는 일용직과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쿠팡의 매출 급증 요인이 '로켓배송'이고 그 중심에는 배달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 '로켓배송' 이면에 과로로 추정되는 무려 9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쓰러져갔다.

쿠팡의 '로켓배송' 전략이 물류센터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들에겐 극단적인 노동 강도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쿠팡은 이 같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쿠팡 로고 
쿠팡 로고 

홍콩에 소재한 APG 자산운용의 박유경 자문관은 "노동문제가 한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해결 과제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면서 "빈번히 일어나는 산재 사고는 더이상 개발도상국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 같은 제조업 중심 국가가 해결해야 할 딜레마"라고 밝혔다.

FT는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은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아시아의 많은 투자들은 여전히 재무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노동문제 같은 비재무적 요소들이 ESG 투자 결정에 핵심 고려사항이지만 이런 요인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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