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 사임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 제기
MZ세대 중심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 벌어져
FT와 SCMP 등 외신서도 쿠팡의 사회적 책임 문제 집중 조명

[ESG경제=이진원 기자] 지난 17일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자 쿠팡의 ESG 경영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재무적 요소인 ESG,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쿠팡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반대로 경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진작부터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해 직원들의 잇따른 과로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던 쿠팡의 김 의장이 이날 공교롭게도 불이 나자마자 사임한 게 논란의 도화선이 됐고, 물류센터 화재 진압 도중 김동식 119 구조대장이 순직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쿠팡은 김 의장이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사임했다고 밝혔지만, 김 의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의심을 진화시키지는 못했다.
이번 사임으로 국내에서 아무 직위가 없어진 만큼 김 의장은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는 법이다.
MZ세대 중심 SNS서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 벌어져
김 의장이 19일 대장 빈소를 직접 조문하고, 강한승 대표이사도 20일 "회사 차원에서 유가족들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의 사임에 반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김 대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직후부터 SNS에선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삭제했다는 글들이 더욱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쿠팡에 대한 탈퇴와 불매 운동이 거센 데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권·노동 문제와 관해서 '가치 소비' 성향이 뚜렷해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쿠팡, 예전부터 사회적 책임 논란에 휩싸여...외신에서도 집중 조명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급증하면서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로 급성장한 쿠팡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은 이전부터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해 직원 과로사를 불렀다는 비판에 시달려왔고, 이 문제는 외신에서도 심각하게 다룰 정도였다.
지난달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포스코와 쿠팡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 사망사고를 예로 들면서 "한국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ESG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위험한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침묵하는 위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과 급성장하는 매출액을 거론하면서, 이러한 성공 신화 뒤에 대부분 일용직과 계약직 노동자들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문제를 지적했다. 또 '로켓배송' 덕에 쿠팡의 매출이 급증했지만, 극단적인 노동강도로 인해 배달 노동자 9명이 과로로 사망했다면서 쿠팡은 이 같은 노동자의 죽임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류센터 화재가 터진 19일에는 공교롭게도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지도 쿠팡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SCMP 역시 FT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아마존인 쿠팡에서 비인간적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죽고 다치고 있다"면서 "쿠팡이 혁신과 효율성을 내세우며 도입한 AI 시스템으로 인해 창고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쓰고 버려도 되는 대상(disposable object)'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SCMP는 또 로켓배송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쿠팡 노동자들이 배달 시간을 지키기 위해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다면서 쿠팡 노동자의 사망 사건을 조명했다.
쿠팡 화재로 물류리츠 ESG의 중요성 부각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물류리츠에서 ES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1일자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최근 부상하는 물류리츠에게 요구되는 투자 기준은 단지 수익률뿐만이 아닌, 시설물의 안정성 등 엄격한 ESG 준수 여부가 될 것"이라며 "리츠와 펀드를 비롯해 이미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속화되는 변화이며 국내에서도 일부 리츠와 펀드는 이를 실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기업과 리츠들은 보유 자산이나 경영활동이 ESG 기준에 위배될 경우 존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투자자도 이를 중요한 투자기준으로 삼을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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