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경영권 이전 위한 임시주총 일방 연기, 한앤컴퍼니측 반발.
매각가 헐값 논란 일자 홍원식 전 회장 “제값 받겠다” 변심 가능성

[ESG경제=서정수 기자] 남양유업 매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의 변심으로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경영권 이전을 마무리 짓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주인을 찾을 듯 하던 남양유업은 막판까지 ‘오너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이날 임시주총에선 남양유업 지분을 인수키로 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인사의 임원 선임, 정관변경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공시를 통해 임시주총을 오는 9월14일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홍 전 회장측은 한앤컴퍼니와의 거래 종결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사회적 물의를 빚고 남양유업과 결별하기로 한 홍 전 회장이 임시주총 직전 몽니를 부리며 남양유업 임직원과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국내 ESG경영과 관련해 거버넌스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다.
남양유업 주가는 30일 7.7% 폭락한데 이어 2일에도 1.8% 하락했다. 주주들은 “계약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뒤통수치는 회사가 제대로 된 회사냐” 며 “추가 불매운동을 안 하면 다행”이라고 답답해했다.
남양유업은 주총 연기 사유에 대해 쌍방 당사자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앤컴퍼니는 성명서를 통해 "임시주총 당일에 매도인이 입장을 뒤집어 매수인과의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주총을 연기했다"며 "이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올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위기를 맞았다. 홍 전 회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5월 회장직에서 사퇴한 뒤 5월 27일 홍 전 회장의 지분 51.68%를 비롯해 부인과 동생 등 오너 일가 3명의 보통주 총 37만8938주를 3107억 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매각대금을 놓고 일각에선 헐값에 넘긴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간 매출규모가 1조원을 넘고 부동산과 보유 현금 가치가 36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을 팔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홍 회장도 1조원 넘는 회사를 3000억원대에 넘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변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3000억원보다 높은 금액을 부른 매수자가 나타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따라300억원 대의 위약금을 물고 매각계약을 깨더라도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홍 회장은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한앤컴퍼니는 계약 파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남양유업의 매각이 어떤 결말을 볼지 주목되고 있다. 계약서 상 위약금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실제 소송을 제기할 경우 통상 다른 상거래의 위약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