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의 재무라인중심 최고경영진 인사가 이번 사고 불렀나
직접적인 법적 책임 없어...경영진과 안전담당자에 처벌 집중
그룹총수로서 책임경영과 도덕적 책임...11.7%보유 개인최대주주
지배구조개편 비상장 계열사 역할·안전관리체계 개선 요구받아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재계 3세 경영자 중에서 보기드문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선 실력으로 증명했다. 취임 4년을 넘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판매 ‘빅3’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톱티어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정 회장은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자의 이미지를 쌓았다. 특히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리더십은 빛났다.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전종목 석권,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 등 세계 양궁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수립하는데 밑거름 역학을 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만만찮은 도전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최대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사고가 터졌다. 잇달은 악재에 현대차 주가는 코스피지수나 다른 종목의 상승 추세와는 대비되는 하락흐름으로 보여 주주들을 울상짓게 만들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현재 주가는 19만5100원으로 20만원대가 깨진 상태다.
"안전관리체계 전반 재검토...정 회장 포함 경영진 책임있는 조치 나서야"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중인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 회장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이 공사의 주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진을 재무 중심으로 짠 것이 참사로 연결된 것 아니냐는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보면 정의선 회장이 이 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진과 안전 담당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그룹 총수로서의 책임경영과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비상장 계열사의 역할 및 안전관리체계 개선 등에서 일정 역할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총수로서 올해부터 기아에서도 보수를 받는 등 책임경영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정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5일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산-용인 구간 교각 상판 붕괴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발생한 최소 4번째 중대재해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공사에서 과반 이상의 시공지분(57.2%)을 확보한 주관사로 1925억원에 낙찰받았다. 사고직후 고용노동부는 현대엔지니어링 주우정 대표와 안전최고책임자(CSO)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CEO와 CFO동시 교체...둘다 재무라인 출신
이런 가운데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관리 문제가 제기되는 동시에 정 회장의 재무담당자 중심의 그룹 경영진 인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엔지니어링 CEO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이 때 CEO로 온 주 대표와 CFO 박희동 전무 둘다 경제학과 출신으로 현대기아차에서 재무를 담당했다. CEO와 CFO가 모두 재무출신이다 보니 재무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상대적으로 기술 시공 영업과 안전 등의 임원들이 소외되면서 현장관리가 제대로 안됐다는 얘기다.
또 문제가 된 해외 플랜트공사의 경우도 토목공학을 전공한 홍현성 전임 대표가 플랜트본부장과 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부분 진행했는데 정밀한 공정의 플랜트사업 지휘를 토목전공자가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자동차 용어에 익숙한 재무전문가가 건설 기술이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고 현장 안전이나 기술 점검을 나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잘못된 인사가 참사 발생에 일정 영향을 미친 것이고, 그런 인사를 한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일련의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중대재해와 안전사고 반복...경영진 안전의식 부족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에도 중대재해와 안전사고가 반복된 전례가 있어 안전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과 9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전남 무안군 ‘힐스테이트 오룡’ 아파트의 부실공사가 대표적 사례다.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벽면 균열, 바닥 기울어짐, 콘크리트 골조 휨 등 무려 5만8000여건의 하자가 발견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공한 플랜트 공사의 하자와 공기지연에 따른 손실로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국내 사업장의 안전 관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안전관리체계 미흡, 품질관리 부실, 재발 방지대책 미흡, 경영진의 안전의식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산재자 수가 2020년 63명에서 2023년 242명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회사의 안전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발표에서 하자 판정 건설사 1위에 올라 품질관리에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노조측에서 지속적으로 재발 방지를 요구했음에도, 효과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연이은 사고에도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경영진의 안전인식과 의지도 부족했던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잇달은 사고는 기업이미지 타격, 해외 프로젝트 수주 어려움, 개존 해외사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 재무적 신뢰도 하락,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해외 고객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 노력 등 종합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배구조는 현대차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현대건설로, 38.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주요 주주로는 정의선 회장(11.72%),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9.35%), 현대모비스(9.35%), 정몽구 명예회장(4.68%)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여 공모를 철회했다. 당시 총 공모물량의 75%가 구주매출이었으며, 이는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되어 시장의 비판을 받았다. 건설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단계로 여겨졌으나, 상장 실패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IPO를 통해 정의선 회장은 약 3093억~4044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었으며,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등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문제를 안고 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미국 헤지펀드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고,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추진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다.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하에서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과제로 남아 있다. 최소 4조~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사고는 정의선 회장 책임론은 물론, 현대차그룹의 거버넌스 개편, 그룹 승계와 후계구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까지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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