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에 정유업종 등 온실가스 다량 배출 기업 주식 포함
행동주의 투자 필요하다는 반박도 나와

[ESG경제=이신형기자] 기후변화를 테마로 하는 펀드가 거대 정유사 등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의 주식을 담고 있고 자산운융사의 주장과 달리 파리기후협약이 정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보고서에서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를 포함한 주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자산규모 총 670억 달러의 130개 기후변화 펀드 중 72개 펀드가 지구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한다는 파리협약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130개 펀드가 보유한 화석연료 생산과 관련된 자산은 1억53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화석연료 비축 없는(fossil fuel reserves free) 펀드와 블랙록의 ”화석연료 선별(fossil fuel screened)” 펀드도 마라톤 페트롤리움이나 필립스 66 같은 정유사 주식을 편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화석연료 제한(fossil fuel restricted)”을 표방한 펀드도 정유사나 공급사 등 석유와 가스 공급망에 속한 기업의 주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치마크지수를 추종하는 기후변화 펀드는 더 많은 기후변화 관련 주식을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패시브펀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종목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지 않고 편입 비중만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펀드가 편입한 화석연료 관련 주식은 토탈과 셰브론, 엑손모빌 등이다.
보고서는 자동차 회사의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계획과 같은 기업의 제품 생산 계획을 업종별 기후변화 억제 분석 틀에 적용해 파리협약 목표와 일치하는지 평가했다.
마이너스 수치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거나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스테이트스트리트의 7개 기후변화 펀드는 마이너스 14%의 불일치를 나타냈고 UBS의 8개 펀드는 마이너스 8%, 블랙록의 8개 펀드는 마이너스 6%의 불일치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또 593개 ESG 펀드를 조사한 결과 71%가 파리협약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고 일부 펀드는 마이너스 100%의 불일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일부 펀드는 리오틴토와 BHP와 같은 광업주를 보유량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시켰고 프랭클린템플턴의 서스테이너블에쿼티펀드는 정유사 우드사이드 페트롤리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플루언스맵의 단 반 액커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기후변화 펀드가 실제로 파리협약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지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며 이런 펀드 판매를 위한 자산운융사의 마케팅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악당 기업에 투자하는 행동주의 투자 중요
ESG 투자가 붐을 이루면서 펀드매니저는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기여하도록 자산을 운용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이나 사회적 책임에 둔감한 기업에 투자하는 ESG 투자상품이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옥스퍼드대학교의 벤 칼데코트 교수는 기후악당 기업에 투자해 기업을 변화시키는 행동주의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투자가 친환경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것 보다 저탄소경제 전환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도 이런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투자자에게 맡기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플루언스맵의 보고서과 관련, 스테이트스트리트는 “투자자의 필요에 따라 파리협약 목표에 부합하는 펀드와 다른 방식으로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는 펀드를 포함한 다양한 ESG 투자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이 보고서의 분석이 파리협약 목표에 부합하도록 설계된 일부 녹색펀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투자자의 투자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지속가능 투자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도 이 보고서가 자사의 벤치마크지수를 기반으로 탄소 집약도와 탄소 관련 리스크를 크게 낮추는 인덱스 기반 투자 전략의 긍정적인 효과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