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본스톡 기초통계 한국은행보다 빨리 구축
생산성 국제 비교 연구...'생산성 주도 성장론' 주창

표학길(表鶴吉)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오후 3시께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표 교수는 자본스톡(축적된 자본의 총량) 추계를 위한 기초통계를 구축하고, 국제 비교를 하는 등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헌신했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클라크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2013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경제학부 교수로 강단에 섰다. 1997년 한국계량경제학회장, 2009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냈다. 국제생산성연구포럼인 아시아 KLEMS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고인은 대표적인 연구 업적으로 한국의 투자 및 자본스톡 추계를 위한 기초통계를 구축하고 이를 일관된 방법으로 적용해 추계를 완성했다. 한국은행이 공식 통계를 만들기 전까지 투자통계만 있었고, 자본스톡 통계는 없었는데, 공식 통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고인 혼자서 기초통계를 구축했다.
또 2000년대 이후 생산성 국제 비교가 활발해지자 여기에 참여해 아시아 KLEMS를 만들고 초대 위원장을 맡는 등 아시아 지역 생산성 비교 연구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고인의 '생산성주도 성장론'으로 귀결됐다.
고인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8년 9월 문화일보 인터뷰에선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할 게 아니라 투자주도성장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6월 디지털타임스 기고문에선 "생산성 제고에 의한 총공급곡선의 회복과 확장만이 스태그플레이션 탈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단언했다. 생산성을 제고하려면 과잉 규제 철폐 등 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의 자본스톡 추계에 기여한 공로로 1988년 한국경제학회에서 청람상을 수상했고, 2007년 통계청 주관 '통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국제무역론', '계량경제학' 등이 있다.
유족은 부인 김영선씨와 딸 표수빈, 아들 표진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7일 낮 12시30분부터 조문 가능), 발인 9일 오전.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