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제조업 살리지 못하면 중국에 다 따라잡힐 것“
상법개정에 "수용하지만 운용 후 보완 가능할 것“
"빅테크들도 RE100 포기…에너지값 비싸면 사업 못해“

[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여당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기업이) 앞으로 자사주를 과연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경주에서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금까지 자사주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정부도 성장 필요 인정, 친기업 강조" 기대감
최 회장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상법 추가 개정 논의에 대해 "개정이 되면 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믿고 그렇게 개정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법 개정에 대해 다 찬성하는 것도, 아예 반대하는 것도 딱 맞지는 않는 것 같다"며 ”실제 운영을 해봐야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등 내용의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애둘러 우려를 표명했다. 최 회장은 "심정적으로야 천천히 하면 좋겠다는 이야길 할 수 있지만, 당장 실시하겠다면 상법과 마찬가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성장도 필요하다며 친기업 정부라고 계속 강조하는 만큼 나쁜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규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민관 원팀 리더십 기대"
정부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정책을 두고는 "내가 만난, RE100을 주도했던 많은 빅테크들은 RE100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를 막자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여러 길이 존재하고 RE100도 그중 하나"라며 "하지만 에너지값이 너무 비싸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사업을 영위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뜻은 아주 좋지만, 너무 집착하면 이상해진다"며 "확실하게 가격 체계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자꾸 말로만 '난 이렇게 할 거야'라는 식으로 가는 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기대하는 바에 대한 질문에는 "민관이 완전히 원팀을 이루는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며 "새정부가 좋은 리더십을 많이 발휘하길 기대하고, 그를 위해 저희도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압박에 흥분할 필요 없어"
최근 미국이 한국에 대해 4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펀드 조성을 요구하는 등 거세지는 통상 압박에 대해선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흥분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진의를 좀 더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함께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의장도 맡고 있다.
이들 행사에 대해선 "관세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AI나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도 기대할 협력 거리가 많다"고 기대했다.
최근 경영 승계 준비 아니냐는 관측을 낳은 장남 인근(30)씨의 컨설팅회사 입사에 대해서는 본인의 선택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밖에서는 후계 수업이라고 얘기 하지만 본인이 원했다. 그래서 '그래, 그러면 가라'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AI로 제조업 살리지 못하면 중국에 다 따라잡힐 것“
최 회장은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다. AI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우리 제조업은 10년 후면 거의 다, 상당 부분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중국 제조업 실력이 업그레이드 되다 보니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을 하게 됐다. 반도체도 추격의 속도가 더 빨라져서 거의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이 초래된 데는 미래 준비를 소홀히 한 안일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가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한 건 10년 전부터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산업 정책과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잘 되고 돈 잘 버는데 뭐' 이런 개념들이 있었다. 전략의 부재"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희망은 AI에 걸 수밖에 없다"며 "이 AI마저도 중국이 쫓아오고 적용하는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다는 게 더 안 좋은 뉴스지만, 아직은 초기니까 우리도 빨리 따라잡아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선 일본과의 협력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데이터 사이즈가 안 된다. AI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손잡고 서로 데이터 교환을 해야 한다"며 "양국의 데이터를 섞고 쓸 수 있어야 조금이나마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공공 프로젝트 나와야 AI 인재 육성·경험 축적 가능"
정부에 대해서는 "시장을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공공 쪽에서의 AI 발주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가 나와야 스타트업이든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들어가서 뭔가를 하고 AI에 훈련된 사람, 경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금 AI 스타트업 숫자를 보면 1000개 가량인데 2만개는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과거 벤처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AI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울산에 짓기로 한 AI 데이터센터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완벽하게 손에 잡힌 계획은 없다. 아주 초기 진입이기 때문에 이걸 지어서 어떤 사업 모델이 나오고 어떻게 돌아갈지 아직 잘 모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