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상반기 순익 10조 역대최대…주주환원 기대감 고조
호실적에 주주환원 여력 증가...KB, 첫 '환원율 50%' 돌파 예고
올해 18조로 사상최대...외국인지분 60% 수익 절반 이상 해외로
정권교체에 회장 임기말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들 바짝 긴장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순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해 반기 기준 사상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8조원에 육박, 사상 최고의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적 호전에다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를 비롯한 주주환원 강화 움직임,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KB금융이 첫 주주 환원율 50% 돌파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잇달아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인 만큼 역대급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60% 넘다보니 배당을 강화할 경우 외국인 배만 불린다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속가능성과 밸류업 측면에서 주주환원을 늘리는 건 당연한 수순인데, 그렇게 하자니 순이익의 60% 이상이 해외로 유출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융지주사들은 과도한 예대마진을 통해 ‘이자장사’에만 골몰한다는 일각의 눈총을 받고 있는데 대출로 버티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외국인에게 갖다바치는 격이니 뒷맛이 개운치않다.
현 정부에서 상생금융 압박은 어떨지, 빚탕감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돈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모럴해저드는 없을지, 정권교체로 인한 금융지주 회장 거취 문제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역대급 실적에 주가도 좋지만 그렇다고 마음놓고 웃을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이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는 은행업이 가진 고유의 공익적 성격 때문에 주주 배당을 억제하고 대손충당금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을 의식해서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 서 밸류업과 주주환원 확대를 외치면서 배당자율성을 대폭 보장한 만큼 도로 배당억제로 돌아가기도 쉽지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내각인선 등 인적 구성을 마치는 대로 금융지주 관련 배당 정책과 제도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10조929억원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상반기(9조3456억원) 대비 8% 가량 증가했다.
지주사별로 KB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3조3286억원으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여파에 실적이 급감했던 지난해 상반기(2조7813억원)와 비교해 19.7%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2조9800억원으로 8.5%, 하나금융은 2조2524억원으로 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4.9% 감소한 1조5319억원으로, 홀로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과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따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 비용 등 디지털 전환 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요인에 대한 선제적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7조8250억원으로 1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16조5268억원에서 8% 가까이 훌쩍 증가한 역대최대 규모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286억원에서 올해 5조6152억원으로 11.7%, 신한금융은 4조5582억원에서 5조845억원으로 11.5%, 하나금융은 3조7685억원에서 4조158억원으로 6.6% 등 모두 순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에 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까지 인수하면서 일회성 비용 증가 등으로 순이익이 3조1715억원에서 3조1095억원으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로도 주요 금융지주 연간 실적 전망치는 오히려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그만큼 이자이익 축소에 대비해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해뒀다는 얘기다.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4일 KB금융이, 25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사상최대 실적 경신의 일등공신은 예대금리차 확대
4대 금융지주의 사상최대 실적 경신의 배경에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자이익의 근간인 4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7월 0.15~0.53%포인트에서 지난 5월 1.26~1.46%포인트로 확대돼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이 약 10조6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20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이 예측된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빠르게 내린 반면 가계부채 관리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자장사를 제대로 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주주환원 확대, 밸류업 등의 계획을 활발히 내놓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금융지주들의 배당 확대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당 배당금 총액은 은행별로 800원에서 3500원대까지 넓게 분포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주주환원율 50% 돌파 초읽기...분기배당 정착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오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주주환원율이 50%라는 것은 연간 순이익 절반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선 KB금융은 올해 주주환원율 50% 돌파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은행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주도할 전망"이라며 "올해 주주환원율 50%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대 금융지주는 올 하반기 배당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KB와 신한은 분기배당 체제를 정착시키려는 분위기다. KB는 최근 분기균등배당을 도입, 연간 목표 배당 성향을 30% 이상으로 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의 1분기 배당성향은 19.73%다.

신한은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며 자본비율 초과분 재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1분기 신한금융 배당성향은 18.70%다. 하나금융은 분기별 고정 현금 배당, 연간 총액 1조원으로 안정성을 제고 중이다. 하나의 1분기 배당성향은 22.10%다. 우리, 농협은 중간배당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분기배당 체제로 전환할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지난 2022년 3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40%대까지 큰 폭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주환원율이 처음으로 50%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지주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다만 수익의 구조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함께 중장기적 책임 경영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탄력적으로 실시
한편 금융지주들은 하반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탄력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올 하반기에만 최소 1조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KB는 상반기 82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7000억~8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 오는 8월까지로 예상했던 자사주 소각 계획을 앞당겼다. 지난달 26일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완료했다. 하나도 연초 목표했던 9월보다 2개월여 앞당겨 하반기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할 예정이다. 우리는 하반기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할 전망이다.
정권 교체에 회장 임기말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들 바짝 긴장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융지주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주로 올해 말~내년 초 임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금융) 회장들의 임기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제외하고 내년 봄 주총까지 9개월 남은 상황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 회장의 연임 여부는 ‘성과’보다는 ‘리스크’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 개정’을 비롯, 지배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 금융 사고 책임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9개월 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 회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 임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진 회장은 자회사 신한증권이 약 1300억원대 파생 상품 손실 관련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책임론이 제기됐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앞의 두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비교적 임기가 넉넉하다. 다만 책무구조도 운영 강화 등 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기조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연임 여부의 키는 위기대응 능력과 ‘지배구조 모범관행’
4대 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내부 사고와 정치·사회적 외풍에 노출된 상황에서 연임 여부는 위기 대응 능력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사고가 빈발하자 금융권에 내부 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회장 연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방침 아래 이른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강화하며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과 연임에 사실상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우선 회장·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를 정관과 내규로 명문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외이사 중심 독립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운영도 필수화했다. 회장 본인은 이사회 심의나 투표 과정에서 배제된다. 후보 심사 기준과 평가표도 사후 공시하거나 요약 보고하도록 해 외부 이해관계자 감시를 가능하게 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확보와 사외이사 책임성 강화도 주요 항목이다. 여성·비금융 출신·법조계 인물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이사를 배치해 특정 회장에게 종속된 이사회를 견제하는 구조다. 또 금융 사고와 지배구조 문제의 원인을 ‘책임 회피형 경영 문화’로 보고 올해부터 ‘책무 중심 내부 통제’를 본격 도입하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회장·CEO·위험관리책임자(CRO)·준법감시인(CCO) 등 경영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개인별 제재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신한·KB·하나금융은 현재 이러한 기준을 반영해 승계 절차를 사전에 개시하고 외부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