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예외 인정 오남용 가능성 지적도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이 재정준칙 개정을 논의할 때 녹색 투자를 재정지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발디스 돔브로프스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말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돔브로프스키 부 위원장은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분명이 어떤 방향으로든 골든 룰(예외 인정)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녹색 투자를 재정지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은 유럽연합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유럽연합에서는 녹색 투자를 재정지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골든 룰(golden rule)로 부른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지출에 제약을 두는 제도로 유럽연합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60%, GDP대미 재정적자 3%선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녹색 투자를 재정지출에서 예외로 인정하면 유럽연합의 각국 정부가 녹색 투자때문이라면 재정준칙에서 정한 수준을 초과해 재정을 지출해도 된다는 뜻이다.
10~11일 이틀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유럽연합 27개국 재무장관은 경제 현실을 반영한 재정준칙 개정을 논의했다. 유럽연합의 재정준칙은 2022년 말까지 적용이 일시 정지되고 2023년부터 다시 적용된다.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을 비롯한 일부 재무장관은 녹색 투자를 재정 지출에서 예외로 인정하면 녹색 경제로의 전환에 필요한 대규모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며 이런 방안은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남용 방지 제도 마련 필요
반면에 게르노트 브뤼멜 오스트리아 재무장관 등은 녹색 투자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브뤼멜 장관은 “경제적, 과학적 관점에서 납득할 만한 일이지만, 예산 집행에서 이런 예외 인정의 사례가 여러차례 반복됐다. 정치인들이 종종 이런 예외를 재정준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거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예외 인정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 투자를 재정지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은 유럽의 경제정책을 연구하는 독립적인 싱크탱크 브뤼헐이 제안했다.
브뤼헐은 이 방안이 담긴 보고서에서 GDP의 60%를 초과하는 국가채무를 매년 12분의 1 줄이도록 하는 현재의 유럽연합 재정준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파울로 겐틸로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은 회의가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러운 거시경제정책의 변경은 "매우 위험"하다며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 투자의 예외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올 가을 재정준칙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의견 청취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