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ESG경영과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

  • 기자명 김광기
  • 입력 2021.01.15 21:40
  • 수정 2021.01.19 23:42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경제위기와 4차산업혁명이 ESG 촉진.
ESG 개념 기업 차원 넘어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

[ESG경제=신민영 평가컨설팅 부문장]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주식시장이 뜨겁다.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미국의 다우,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코스피 역시 지수 3,000을 단숨에 넘기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가지 특징적인 현상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ESG 가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투어 이러한 비재무적 요인을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하는 ESG투자 강화에 나서고 있다. SK, 한화를 비롯한 대기업들도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속가능경영을 적극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위기가 오면 술이나 담배, 도박 등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해치는 이른바 죄악주(sin stocks)가 각광받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고용이 악화되면서 살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고통과 좌절을 달래기 위해 건전하지 못한 생활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 국면에서는 지난날과 정반대로 ESG에 충실한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다른 조건이 비슷할 경우 이왕이면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윤리추구적인 투자 태도의 연장으로 보기에는 확산의 범위와 속도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몇 가지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위기에 대한 반성이라는 의미이다.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과 파급효과 확산에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부실한 의료시스템, 정부의 재원조달 부진, 소득불평등 심화와 같은 여러 사회적 이슈 등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상당 부분 ESG와 맞물려 있다. 되돌아보면 IT버블 붕괴 후 2000년대 초중반에 사회적책임투자원칙(PRI)이 발표되는 등 ESG 확대의 계기가 마련됐고 특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ESG가 더욱 확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부동산버블과 탐욕적 금융투자 등 단기적인 이익 추구를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ESG투자가 세계 공통의 가치관으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의 치유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ESG를 심화∙확대시킨다. 각국이 코로나 대유행의 원인에 대해 분석한 후 정책의 초점을 사회 및 자연의 생태계 복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는 금융시장 시각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금융 혹은 ESG 투자의 모멘텀이 마련되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위기를 맞아 역할이 커진 각국 정부가 ESG를 중심으로 세금을 감면하고 투자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새로이 들어서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기부양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나온 우리나라의 한국판 뉴딜정책 역시 친환경∙에너지효율화 뿐 아니라 디지털화를 통한 교육 및 의료 인프라 구축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환경요인으로서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 발달도 ESG를 확산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경제주체들과 사물들이 촘촘히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가속하고 있다. 경제주체 사이의 상호연관관계가 더욱 밀접해지면서 어떤 경제적 행동이 의도치 않게 다른 경제주체의 이해에 영향을 주는 외부경제효과가 더욱 다변화하고 뚜렷해진다. 

ESG투자는 외부경제효과가 큰 투자라 할 수 있다. 때마침 기술발전이 외부효과를 확대시키므로 공동의 가치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ESG투자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ESG의 일부지만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사회(S) 이슈를 중시하는 ESG투자가 부각되면서 ESG의 개념이 보다 명확해지고 이에 따라 ESG가 더욱 확산될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2020. 6)의 지적대로 코로나사태로 많은 기업의 경영성과가 부진해지면서 근로여건이 악화됐고 그러한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증가한 것은 그 예다. 

그동안 환경(E)이나 지배구조(G)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배출이나 회계부정 리스크에 따른 이슈 등으로 분명한 실체가 있었지만 S는 상대적으로 개념이 불명확한 편이었다. 전문가들조차도 어떤 이들은 종업원 만족도나 근로여건을, 다른 이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시하곤 했으며 그나마 이것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컨대, 경제위기와 기술변화에 따라 ESG가 확실히 대세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향후 디지털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기술변화는 가속될 것이고,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만성화하면서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체 의식도 형성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포괄적인 의미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나타내는 ESG스코어가 기업들의 필수요건이 되고 신용등급만큼이나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SG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기업 차원의 가치 지향을 넘어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한 국가의 산업과 경제 전체를 ESG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환경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지만 최근 한국의 산업구조가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어 환경 측면에서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와 아울러 제도와 관행, 사회적 자본 등도 더욱 선진화해 지배구조와 사회 면에서도 한층 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기업의 ESG성과가 거시경제의 성장률을 높인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관심, 노력이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력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니며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ESG가 핵심요소가 될 것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신민영 ESG경제 평가컨설팅 부문장
                               신민영 ESG경제 평가컨설팅 부문장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