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속 유휴선박 60척·운임 붕괴…조선업계 “수주전략 전환 시급”
'24년 LNG 물동량증가율 0.3%…2010년대 후반 6~8% 증가율과 대조
재생에너지 확산에 수요 정체...재생에너지 신조선 쏟아져 ‘수주절벽’ 우려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2년 투기성 대량 발주로 공급 과잉이 심화된 가운데, 재생에너지 전환 및 수요 정체 영향으로 운임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지며 시장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기후솔루션이 내놓은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항하지 못한 채 유휴 상태에 놓인 LNG 운반선은 약 60척에 달한다. 이는 전체 LNG 선대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로, 선박금융 방식에 따라 환산 시 좌초자산 규모가 약 15조 7694억 원에 이른다.
최근 운임 시장의 붕괴는 심각하다. 삼중연료 추진선(TFDE)의 1년 정기용선료가 일 2만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60% 가까이 급락해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효율 2스트로크 엔진 선박도 일 3만 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HMM, 현대LNG해운 등은 올해만 해도 2000년대 초반 건조 LNG선 여럿을 폐선 또는 고철로 매각했다. 올해 해체된 LNG선은 이미 8척에 달해 2024년 해체량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해운·조선 전문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건조 중인 LNG 운반선 303척 중 2026년과 2027년에만 각각 98척씩 신규 인도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공급 폭증은 운임 추가 하락과 경쟁 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 감소도 뚜렷하다. 글로벌 LNG 물동량 증가율은 2024년 0.3%에 그쳐,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까지 연 6~8% 내외로 꾸준히 증가하던 시기와 비교해 급격히 둔화했다. LNG 수입을 위한 터미널 가동률 역시 2019년 44%에서 작년 38%까지 떨어졌다. 이는 재생에너지 대체원 확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발생한 ‘에너지 패닉’이 해소된 영향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수주 절벽 압박을 받고 있다. 2021-2022년 수주 LNG선 대부분이 2025년에서 2027년 사이 인도될 예정이어서, 그 이후 신규 발주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LNG선 중심 수주구조를 재점검하고, 친환경 선박 등 대체 포트폴리오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신은비 연구원은 “노후 LNG선 조기 퇴출로도 이미 발주된 (재생에너지 중심) 신조선의 시장 진입은 피할 수 없다”며 “LNG는 재생에너지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화석연료 수송선 수명도 끝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동재 공적금융팀장은 “경제성이 불확실한 LNG 발주에 금융이 머무르기 보다는, 해상풍력설치선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선종으로 조선업의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LNG 운반선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으로는 과거 오일쇼크 이후 유조선 시장 붕괴와 같은 투자 과잉,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시대 도래라는 구조적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수급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는 만큼 정책과 금융 역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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