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에 큰 변화 없어...과거 SK 최태원 회장 구속 때도 그룹 주가는 올라"

[ESG경제=김도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삼성그룹이 다시 지배구조 리스크가 노출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18일 3000원(3.41%)이나 급락한 8만5000으로 마감했다. 그 여파로 코스피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18일 71.97포인트(2.33%) 하락한 3013.93로 마감됐다.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되자 증시는 요동쳤다. 3085.90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3003.89로 주저앉아 3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3.41%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삼성물산 6.84%, 삼성SDI 4.21%, 삼성생명 4.96% 각각 떨어졌따.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23조원 증발하면서 776조원으로 줄었다.
증시가 연초에 뜨겁게 달아올라 조정이 필요하던 시점이 이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악재를 만나 주가 하락폭이 켰다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라, 오너 부재가 주가를 계속 하락시킬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시장의 체력이 연초 과열국면에서 어느 정도 소진된 상태라, 증시의 조정 흐름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휴식을 필요로 하는 국면에서 좋은 빌미가 생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속에 따른 장기 오너 공백 상태에서 보듯, 오너구속 지배구조 리스크와 주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오너 부재가 기업가치를 직접적으로 훼손하진 않을 것이고, 단기 심리적 영향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D램 가격 회복과 파운드리 호황이 동시에 겹쳤다. 전 사업부가 코로나19 변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면서 올해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6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오너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특히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의 부재는 아무래도 기업 경쟁력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미 각 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도 보고받고 처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 부회장의 출소 이후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삼성의 지배구조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출소한 이후 SK그룹은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모범 기업이 됐다. 완전히 새로운 지배구조의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주식시장 주변의 투자 여건은 여전히 양호하다. 투자자들은 좀 더 긴 안목으로 기업가치에 집중하며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