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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선] 새정부 세제개편안 유감...기후관점 반영 '기후세법' 내놔야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8.28 16:30
  • 수정 2025.09.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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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온실가스 감축예산 투입, 반대편에선 석유 등에 보조금 투입
특정산업 개별기술개발 넘어, 경제시스템 전반에 녹색전환 신호 보내야
핵심 고배출 산업의 감축효율 제자리...현재의 산업전환정책 미작동 증거
다배출 사업자에 대한 감축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전향적 안도 검토할 필요

충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충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지난 20일, 환경부가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집계를 발표했다. 6억 9158만 톤, 전년 대비 2%가 줄었다. 사상 최초 7억 톤 미만의 배출량을 달성하긴 했지만 전망이 밝다고는 하기 어렵다. 

애초 대한민국이 설정한 목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었다. 고점이었던 2018년 배출량 7억 8390만 톤에서 6년 동안 9000만 톤 남짓을 줄인 셈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의 6년 동안 2억 톤 이상을 더 감축해야 한다.

여기에 현실화되지 않은 탄소포집 및 저장(CCUS)과 국제감축을 통해서도 약 4000만 톤의 감축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감축량의 세 배 가까이를 같은 기간 동안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편향적인 에너지 시스템과 여기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를 그대로 두어서는 이루어 낼 수 없는 과업이다. 모든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정책적 지렛대가 필요하다.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경제 시스템 전반에 녹색 전환의 신호를 명확히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금제도의 변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세금은 단순히 국가 재정을 충당하는 수단을 넘어,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신호 체계이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과 같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는 비용을 부과하고, 친환경적인 활동에는 혜택을 줌으로써 시장의 방향을 전환의 길로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조세제도는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목표와는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끝없이 연장되는 유류세 감면

현 대한민국 조세는 녹색보다는 갈색과 회색에 치우쳐 있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산업 질서에 대한 위협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대표적으로 4년 째 이어지고 있는 유류세 감면을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공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된 인하 정책은 이미 국제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연장되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하고, 감면 시작 시점 대비해서도 15%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의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는 민생 정책을 가장한 화석연료에 대한 부당한 보조금으로 볼 수밖에 없다. 

1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감면액은 고스란히 화석연료 고배출 주체인 기업과 고소득자, 유통업자, 정유사의 이익으로 귀속되었다. 그 결과 국가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석유 사용량은 더 늘어나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화석연료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석연료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 사진=네이버 제공
화석연료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 사진=네이버 제공

전기차도 늘어나지만 내연차도 함께 늘어나는 모순적 양상이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한국의 유류세 감면에 매년 보고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감면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형성된 낮은 화석연료 가격에 안주한다면, 우리는 주력 산업의 위기 속에서 ‘기후 악당’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수 있다. 감축과 전환을 위한 대규모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유류세와 전기요금 감면으로 농림수산업을 보조할 것인가? 언제까지 경쟁국 대비 낮은 에너지 요금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할 심산인가?

지난 달 발표된 새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도 이러한 현실에 관한 문제의식은 부족하다. 노후자동차 교체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종료나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세액공제의 감면 종료처럼 일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조치도 있었지만, 일몰을 앞둔 각종 화석연료 지원책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온 나라를 뒤흔든 한 편의 사기극으로 드러났지만, 해저광물자원개발을 위한 과세특례 제도는 그대로 일몰 연장되었다. 여전히 새 정부는 유전개발에 세금 혜택을 부여하고자 한다. 국제적으로 선박에 대한 탄소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화물선 경유에 대한 유류세 감면도 계속하겠다고 한다.

현 조세제도가 기후대응과 탄소중립 목표와 유리되어 있고, 세법 개정 과정에서 이에 대한 고려가 전체적으로 부재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한 쪽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석유와 석탄과 가스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IRA를 능가하는 ‘기후세법’을 기대한다

새 정부는 ‘진짜 성장’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다. 현재의 국면을 ‘성장 위기’로 진단하고,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한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의 녹색 전환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중요한 퍼즐로 간주되고 있다. 탄소에 기반해 관세를 매기는 무역장벽이 본격화되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에너지 집약적 산업들과 화석연료 기반 업종들이 사양길에 접어들거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면, 우리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산업 부문의 지지부진한 녹색 전환은 앞서 언급한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모든 부문의 배출량이 감소했음에도 산업부문의 배출량만은 오히려 늘었다. 철강업종은 생산량이 4.8% 줄었는데 배출량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 핵심 고배출 산업의 감축효율이 향상되지 않은 점은, 현재의 산업전환정책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새 정부의 진단과 국정 기획이 맞아떨어지려면 잘 조합된 정책패키지와 정돈된 관료 조직도 있어야 하지만, 경제 전반에서 강력한 자극과 신호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세법을 기후 관점에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세금은 경제 주체의 행동 방향성에 인센티브와 부담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 전환을 촉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의 탄소중립산업법 수준의 녹색산업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과 세액공제 필요성이 제기된 지 이미 3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대한민국 녹색 세액공제는 통합투자세액공제에 규정된 일부 분야에 머물러 있다. 이 사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나 청정산업법 같은 탄소무역장벽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고, 중국은 오랜 대규모 투자와 산업정책을 기반으로 세계 녹색산업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각종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및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설비투자 및 R&D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하고 그 범위를 크게 넓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킬 수 있다. 투자세액공제 일변도의 방식을 보완할 생산세액공제(PMC)와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투자를 촉진할 환급형 세액공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세제혜택이 제한되었던 다배출 사업자에 대한 감축설비투자 세액공제 등의 전향적 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의 대규모 세제 혜택이 막연한 ‘기업 퍼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세원의 확장과 이익의 사회화로 이어지도록 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IRA법안은 감세 법안이 아닌 증세 법안이었다. 법인세 최저세율 상향 등으로 1000조 원 수준의 재원을 확보하는 조치를 수반했다. 기업과 기술의 지원 조건으로 노동법의 준수와 포용적(inclusive) 고용, 비수도권 투자 등의 공익적 조건이 동반되어야 하고, 일정 비율의 초과이익 회수와 지분화 등 이익의 사회화를 위한 구상도 따라와야 한다. 

근래 정부들은 정권 교체 후 첫 세법개정안을 ‘세제개편안’으로 명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2년과 올해가 그랬다. 기존 세법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명칭에 담은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감세를 단행한다거나, 또 그 감세 조치의 일부를 회복하는,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낮추는’ 수준의 개정을 시스템의 변화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일까?

매년 단행하는 수백 개 조항의 ‘땜질식’ 세법개정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에 유의미한 자극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탄소중립산업법'을 공약했다면, 새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IRA에 견줄 수 있는 '기후세법개정안'을 준비하고 내걸었어야 했다. 

우리는 화석연료에 혜택을 주는 조세체계에서 햇빛과 바람에 혜택을 주는 조세체계로, 막연한 기업 감세로 기존 경제의 양적 확장을 기대하기보다 틀 잡힌 녹색산업 지원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경제로 이행할 수 있다. 새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전 정부에 대한 ‘반정(反正)’이나 ‘복고’가 아닌, ‘개혁’과 ‘전환’이기를 희망한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giwon@igt.or.kr)]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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