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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선] ‘기후정부’는 기후재정계획부터...'기후재정' 청사진 제시해야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6.17 11:10
  • 수정 2025.06.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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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세수결손과 감세 기조속 기후예산은 삭감과 불용에 희생
앞으론 온실가스 감축 예산투입, 뒤론 온실가스 배출 대규모 지원
국민 대다수 기후대응 및 부담 필요성 인정...새 정부 답해야 할 때

충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충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한 사회가 진심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답변해야 할 네 개의 질문이 있다는 생각이다.

①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의 재정을 써야 하는가?
② 현재 우리는 얼마를 쓰고 있는가?
③ 그래서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가?
④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가?

기후위기 대응이 윤리적 당위의 문제이건, 경제적 편익에 따라 선택해야 할 문제이건, 안보와 복리의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로 보건, 문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돈의 문제’를 회피하고서 기후대응을 돌파할 길은 없다. 화석연료에 집중되는 거대한 돈의 물줄기를 녹색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될 대규모의 재원이 필요한 것은 명약관화다. 그 대응에서 한참 뒤에 쳐져 있는 탄소집약적 경제체제의 대표주자 대한민국은 그 규모 역시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기후대응을 위한 부담의 크기를 견주고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전사회적으로 합의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의 편익이 아무리 크다 한들 거대한 경제의 관성이라는 수레바퀴 앞에 무력하게  짓이겨질 수 있다. 그렇기에 합의를 위한 질문이 필연으로 뒤따른다. 얼마를 써야 하고, 얼마를 쓰고 있고, 얼마나 부족하며,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가?

누구도 답변하지 않고 있는 질문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는 저 질문에 어떤 답변을 내놓고 있을까. 첫 번째부터 난관이다.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대응에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가? 지금으로선 우리에게 합의된 숫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2023년 수립된 탄소중립녹색성장국가기본계획의 재정투자계획에서 언급된 5년간 90조 원을 언급할는지 모르겠다. 이는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라기보다는 현재 각 부처들이 하고 있는 기후대응 사업들의 중기재정계획 상 지출계획을 합산한 것이다. 미래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숫자라기보다는 ‘현실의 반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후재정은 흔히 ‘국비’로 통칭하는 국세수입·국세외수입에 기반한 지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별도의 지방비를 투입할 수 있다. 금융공기업들은 정책금융 자금을 동원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도 지출을 할 수 있다. 민간의 투자와 민간금융의 역할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국가기본계획에는 이런 내용들이 완전히 생략돼 있다. 기후대응에서의 정부의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역할을 자임하기보다는, 소극적인 권한 행사에 자족하고 있는 현실이다. 

나머지 질문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얼마나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각각의 기본계획과 금융계획에서 나온 숫자를 통해 추정 정도만 가능할 뿐이다. 얼마나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부터 존재하지 않고, 얼마나 쓰는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니,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원의 조달에 대해서는 사실상 믿음의 영역 하에 있다. 정책금융을 2030년까지 452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선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을 확대해서 기후대응기금 규모를 늘리겠다는 양당과 기획재정부의 약속, 5년간 90조 원을 조세로 충당하겠다는 국가기본계획은 수많은 전제조건을 함축하는 선언적 내용이다. 도리어 한국전력공사의 부채와 전력시장의 모순들, 화석연료 산업의 이해와 거시경제 여건, 대규모 감세와 세수의 축소 같은 요소들에 의해 갈대처럼 흔들리는 양상이다.

화석연료 보조금이 기후예산과 맞먹는 기후재정 현실

국가기본계획상 2024년 기후대응 사업의 총 예산은 17조 2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탄소중립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편성은 14조 원 남짓이었다. 20% 이상이 깎여나간 것이다. 이러한 변경과 축소에 대해 정부의 설명과 평가는 없었다.

세부적으로도 국가기본계획의 목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예산이 배분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건물 부문의 핵심 감축사업인 그린리모델링 예산을 크게 삭감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민간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은 아예 없앴다.

국가기본계획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연 5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편성 예산은 2000억 원 수준에서 점점 축소하는 모습이다. 

한편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프로그램 예산은 2022~2025년 사이 57%가 줄었고, ‘에너지 기술개발’ 프로그램 17%,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도 9%가 축소됐다. 대규모 세수결손과 정부의 법인세·소득세·보유세·에너지세 감세 속에서 기후예산은 삭감과 불용에 희생됐다.

기후대응의 거점이 돼야 할 기후대응기금 역시 난맥상에 허덕인다. 2022년 설립 이래 2조 5000억 원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총지출 대비 사업비 비중으로 보면 그 비중은 하향 곡선을 그린다.

배출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후대응기금의 자체수입원인 유상할당 수입도 폭락했고, 2023년에는 852억 원에 그쳐 독일 기후대응기금(KTF) 수입의 3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는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기금 재원 감소라는 대가로 이어졌다.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앞다투어 기후대응기금 확대 공약을 내걸었지만, 2025년 기후대응기금의 사업비 규모는 답보 상태다(총지출 대비 +0.0007%p). 

그 와중에 대한민국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기후예산과 맞먹는 규모로까지 부풀어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3~2025년 중앙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12조 9000억 원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서상 감축예산 3년 평균 약 10조 원을 크게 웃돈다.

2024년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상 사업예산 14조 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앞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뒤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과 ‘탄소고착(Carbon Lock-in)’에 대규모 지원을 병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국가기본계획의 재정투자계획으로는 어림 없어

이런 난맥상을 해소하는 첫 걸음은 앞선 ‘네 가지 질문’에 대한 충실한 답변이다. 대한민국은 기후대응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가, 그리고 현재의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부족한 상태인가, 그리고 이 부족한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조달해야 하는가를 포괄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자원의 거대한 분배를 수반하는 녹색투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불가결하고, 이러한 숫자와 합의에 기초한 단단한 재정계획이 앞선 난맥상을 종결시키고 기후위기 극복과 녹색전환이라는 전 사회적 미션의 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이러한 기후재정 격차(gap)의 규모를 제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택소노미 자문기관인 ‘지속가능금융 플랫폼(PSF)’에 따르면, 2030년까지 EU는 연간 1조 6000억 유로(약 240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투자 규모는 연간 9400억 유로(약 1400조 원) 수준으로 6600억 유로(약 870조 원)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봤다. 

프랑스 정부는 ‘생태적 전환 및 국가 에너지 정책 자금 조달을 위한 다년간 전략(SPAFTE)’을 법제화하고 2024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전략 문서는 투자목표, 조달계획, 공공과 민간의 부담 수준, 주요 정책수단 및 금융의 활성화 계획, 화석연료 투자계획을 망라한다.

2022년 기준 공공 부문의 기후투자 규모는 220억 유로, 민간 부문은 740억 유로로 파악됐다. SPAFTE의 시나리오에서는 2027년까지 연간 공공 부문 290억 유로, 민간 부문 1300억 유로의 자규모를 상정했다. 화석연료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2023년의 절반으로 줄이는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새 정부가 ‘기후정부’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의 녹색전환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의 뒷받침이 가능하도록 이러한 전략계획 수립을 동반해야 한다. 현재의 단 1장에 불과한, 사업내역조차 공개하지 않는 국가기본계획의 재정투자계획으로는 성냥개비로 책상 다리를 대신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국가기후재정계획’으로 확대해 부문별·연도별 투자 목표, 현재 투자 수준 및 격차의 규모, 투자사업 내역, 재정의 조달 계획, 화석연료 보조금 및 배출 관련 투자 축소 계획, 조세제도의 기후 관점 변화, 이행점검 및 사업의 평가 계획, 해당 투자에 따른 거시경제 영향 분석을 포괄하는 ‘기후재정의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대선 전 시행된 44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정치바람’의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2%가 ‘향후 출범할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55%에 이르렀고, ‘탄소배출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에는 71%가 찬성했다. 이미 다수의 대한민국 시민들은 기후대응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부담에도 열려 있다. 이제 새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최기원 선임연구원]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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