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기후공약 많아...이행하려면 국가기후재정계획·기후대응기금부터"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 속 재정투자계획 1p 불과...이행도 평가도 엉망
기후대응기금, '23년부터 오히려 축소...주요재원 배출권거래제 수입 낮아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의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이하 국가기본계획)에 포함된 2024년 기후관련사업 예산 17조 원 중 20% 이상에 해당하는 3조 원이 예산 조정 과정에서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재정포럼(2020재단, 녹색전환연구소)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9일 개최한 ‘새 정부 기후재정 방향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이 이같이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2023년 수립된 현 국가기본계획에 포함된 재정투자 계획은 1페이지에 불과하며 내용 부재, 이행 부재, 평가 부재가 두드러진 부실한 계획”이라면서 “사업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공적 평가가 불과하고 예산 삭감으로 투자 계획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기본계획이 내세우고 있는 ‘5년간 90조 원의 투자계획’은 각 부처의 현 기후관련사업의 중기재정계획 예산의 합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감세 및 세수 축소 등에 따른 예산 조정으로 2024년에는 3조 원의 기후관련사업 예산이 삭감됐다.
최 선임연구원은 현행 국가기본계획 속 1페이지 가량의 재정투자계획을 ‘국가기후재정계획’의 형태로 5년 단위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기후재정계획에는 ▲부문별·연도별 기후재정투자 목표 ▲사업 내역 ▲현재투자 수준과 갭의 크기 ▲이행점검 및 평가계획 ▲화석연료 등 배출 관련 투자 축소 계획 ▲재정투자에 따른 거시경제 영향 분석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 정부가 기후대응을 경제적 기회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하는 일”이라며 “국가기후재정계획의 수립과 기후대응기금 확충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기후대응기금, 4년째 2조원 수준에 정체…20조원 확대 필요

현재 정부의 ‘기후대응기금’이 4년 째 2조 4000억 원 수준에 정체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후대응기금은 기후대응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2021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69조에 근거해 설치됐다.
최 연구원은 2030년까지 기후대응기금을 20조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기금의 주요 재원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수입이다. 최 연구원은 기후대응기금의 재원 규모가 정체된 원인으로 “과잉된 배출권 할당으로 인한 배출권 가격 급락과 낮은 유상할당 비중”을 꼽았다.
최 연구원은 “기후대응기금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안정화와 확대 계획이 모두 필요하다”면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2026~2030년)에서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연도별로 20%씩 상향하고, 총량규제를 통해 배출권 가격이 2030년 6만 원까지 도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출권 수입의 일부(30%)를 활용해 ‘지역기후대응기금’ 만들고, 금융·민간협력을 통해 지역주도형 기후대응 사업을 확산해야 한다는 내용도 강조됐다. 동시에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중장기적으로 탄소세로 개편하고, 도로·공항 건설을 축소해 전입금 비중을 대폭 확대하여 2030년에는 5조 8000억 원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한편, 기후재정포럼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후대응을 위한 국가 재정의 역할과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 ‘2025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재정 방향 제안’ 보고서를 공동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후대응을 위한 올바른 국가 재정 방향으로 ▲기후재정계획 수립 ▲기후대응기금 규모 2030년까지 20조 원으로 확대 ▲온실가스 인지예산제도 실효성 강화 ▲기후예산 거버넌스 확립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로드맵 수립 ▲신규 화석연료 보조금 편성 제한 원칙 도입 ▲2030년까지 기후재정 20조 원 확보 ▲기후대응 세액공제 제도 신설 등 8대 정책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은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명확한 재정 계획과 예산 편성이 필수”라며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효과적인 기후대응을 위한 재정 전략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보고서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관련기사
- 기후변화 대응 정부조직 개편…"기후에너지산업부 만들자"
- 李 "ESG평가 우수기업 정부 지원 우대...정책금융 비중 확대"
- 이재명 정부, 환경·에너지 정책 전환…“산업계엔 위기이자 기회”
- [전환시선] '기후에너지부'만으로 안된다....'기후투자공사' 설립해야
-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허울' 뿐...정부기관 61곳중 16곳만 편성
- 민주당 탄녹위원장 “산업·에너지부문 포괄하는 기후에너지부 필요”
- [전환시선] ‘기후정부’는 기후재정계획부터...'기후재정' 청사진 제시해야
- 韓, 기후변화대응 67개국 중 63위...비산유국 중 '꼴찌'
- 환경부 “3차 배출권거래제 뼈아픈 실책...4차 할당량 대폭 감소 예상”
- 하반기 시행 ESG정책 톺아보기...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 9월 시행
- "정부 통합 기후재정계획 만들고 기후거버넌스 바꿔야"
- 美 상장사 거버넌스 주주제안 지지율, 환경·사회안건보다 2배 높아
- 기후에너지부 호남으로 가나..."현실적이지 않아"
- 국회서 뭇매맞은 ‘기후대응기금’...쥐꼬리 규모에 주먹구구식 집행
- "유상할당 100% 확대하면 年 9조 기후재원 추가 확보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