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기후에너지부 신설,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속도 낼듯
에너지전환과 산업 녹색화 가속도...태양광·풍력 대대적 확대
수십조 규모 재원 지속 투입돼야하지만 ‘재정적 뒷받침’ 부재
설립시 지분, 인프라 투자, 대출, 보증 등 다양한 수단 동원 가능

기후에너지부와 탄소중립산업법 공약의 의미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와 산업의 가장 중대한 변화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에너지와 녹색 산업 분야에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 근거는 이재명 당선자의 기후 공약에서 이미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정책을 연계한 기후, 에너지 정책 컨트롤 타워 구축”을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했다. 아울러 공약에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산업법’ 제정도 실려있다. 이 두 공약을 중심으로 새 정부에서 에너지전환과 산업의 녹색화는 과거와 달리 매우 빠르게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 확대를 중심으로 방향이 바뀔 에너지전환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2020년 기준 태양광이 4.1기가와트가 신설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빨랐지만, 윤석열 정부의 ‘반 재생에너지 정책’ 탓으로 2022년이 되면서 2.7와트까지 연간 설치 규모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에 간신히 3기가와트로 회복되었고 그 결과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를 넘겼지만,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그러므로 새 정부에서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바로 재생에너지 후진국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AI와 함께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녹색산업
이를 반영하여 이재명 당선자는 공약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으로 RE100을 실현”하겠다면서 태양광과 풍력(특히 해상풍력)의 대대적 확대와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약속했을 뿐 아니라, 공공성 강화와 제도개선, 지역기반 에너지 생태계 구성, RE100 산단 구성, 농촌 태양광과 주민 참여형 RE100, 정의로운 전환법 제정, 그리고 에너지전환의 투명성 등 상당히 방대한 에너지전환 기획을 내용에 담았다.
제대로 이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는 신속히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여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야 한다.
한편 “탄소중립 산업전환으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겠다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버금할 수준으로 강조한 녹색 산업 기획 역시 이후 경제와 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사실 재생에너지 정책 자체도 단순히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국한하지 않는다.
그것은 태양전지와 풍력터빈 제조에 관한 문제이며 더 넓게 보면 태양광과 풍력터빈은 물론 배터리, 전기차, 히트펌프, 수소 전해조를 포함한 녹색 신산업을 얼마나 대규모로 빠르게 확장할지의 문제이다. 동시에 전통적인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건설 등의 탄소 집약적 전통산업의 저탄소화, 탈탄소화를 실현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의 녹색화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중국을 살펴보면, 이미 전체 산업의 10%가 넘을 정도로 녹색 부문이 핵심 산업으로 등장한 결과 중국 경제 전체의 중요한 견인차가 되고 있다. 뒤늦게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일명 IRA)’을 통해 녹색 제조의 부활을 서두르고 있으며, 전통적인 녹색 제조 강국인 독일과 유럽도 최근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의식해 범유럽 차원의 탄소중립산업법을 만들어 대응하는 중이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 태양광과 풍력터빈,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녹색 산업 정책 부재로 최근 급격히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공약대로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하여 녹색 R&D 지원, 탄소중립산업 특화단지 조성과 산업 지원, 녹색투자 촉진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산업구조 대전환을 추진한다면,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남아있는 퍼즐 하나, ‘기후투자공사’ 신설
이처럼 새 정부는 기후에너지부라고 하는 강력한 책임 주체를 새롭게 구축하는 한편,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기후와 생태 친화적 미래 경제와 산업방향을 확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퍼즐 조각이 있다. 바로 에너지와 산업전환을 정부가 공격적으로 현실화시킬 ‘재정적 뒷받침’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사실 기후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정도의 대대적인 에너지전환과 산업전환을 위해서는 매년 공공과 민간 자금이 GDP 2~5% 수준, 즉 수십조 원 규모의 재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많은 기후정책 연구소나 전문가들이 기후재정의 명시적인 확대와 녹색투자를 위한 별도의 ‘공적기구’ 신설을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녹색전환연구소는 2050년까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녹색 인프라 구축, 녹색산업 창출과 녹색기업 지원을 전담할 ‘기후투자공사’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기후투자공사가 신설된다면 정부가 녹색산업 정책에서 정한 전략적 에너지 분야와 녹색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지분투자, 토지 등 인프라 투자, 대출, 보증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기존에 약속한 ‘기후에너지부’와 ‘탄소중립산업법’에 이어 ‘기후투자공사’를 포괄한다면, 기후대응과 미래 산업을 위한 책임주체, 산업방향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재원조달 시스템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다. 2030년까지 임기를 수행해야 할 새 정부에서 에너지전환과 산업전환이 더는 일회적이거나 개별적인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탄탄한 체계와 구조를 갖추고 규모 있게 추진되는 기후대응, 그리고 산업정책이 되어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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