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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선] ‘OBBBA’의 치명성...지구 기후거버넌스 안개 속으로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07.17 11:17
  • 수정 2025.07.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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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로 폐허가 된 IRA...역사적 배출량 1위 美 화석국가로 남기로
가혹해지는 기후재난...지구뿐 아니라 미국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
미국은 내팽개치고 유럽은 갈팡질팡...中, 글로벌 기후리더 역할 자임
"中 녹색산업, 트럼프 덕분에 더 번창...美에 중국산 녹색부품 범람 초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하루 전인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승리 축하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하루 전인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승리 축하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파괴적인 기후 재난, 흔들리는 기후 대응

때 이르게 6월 말부터 세계를 강타한 폭염으로 시민들은 다시 한번 기후 재난의 파괴적 영향을 실감했다. 6월 사상 최고기온 기록을 다시 쓴 서유럽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최고 46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를 견뎠다.

대서양 너머 미국 동부 지역도 '열돔' 현상으로 6월 한때 40도에 육박하는 낮 기온을 겪어야 했다. 아시아 곳곳에서도 이른 더위는 예외가 아니었는데, 한국 역시 118년 만의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 환자가 급증하고 야외작업에서 더위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예상보다 피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응도 점점 더 힘겨워진 기후 재난을 몸소 깨달았다면, 세계는 점점 더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기후 적응 계획을 내놓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그동안 기후 대응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던 유럽은, 최근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소 배출권을 통한 탄소 상쇄를 최대 3% 포인트까지 허용하는 편법을 도입하여 내부 논란을 키웠다. 

또한 ‘탄소국경조정(CBAM)’ 제도의 공식 시행을 2027년까지 1년 미루는 등 경제와 산업의 요구를 명분으로 기후 정책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국과의 무역마찰과 유럽 우익정치의 압력이 고조되고는 있다지만, 지난해 11월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폰 데어 라이언 집행부는, 유럽 그린딜 선포로 시작했던 첫 번째 임기와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0일 라이언 집행위원장 해임 투표가 비록 부결로 끝났지만, 그의 우향우 행보로 인한 기후 정책 동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폐허가 된 미국 IRA, 화석국가로 남을 미국

그런데 사실 유럽 온실가스 배출은 무역을 통한 수입량까지를 계산해도 10% 미만에 불과하다. 역사적 배출량 1위, 연간 배출량 2위, 1인당 배출량 사실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글로벌 기후 대응 협력에서 이탈하는 행위는 지구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미국의 관점에서도 심각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엄청나게 쏟아낸 행정명령으로 중요한 미국의 기후정책을 모두 무력화시키고 기후와 환경 관련 공공기관을 무력화시켰다. 그런데 그조차도 의회 입법으로 뒷받침한 기후 대응법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까지는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IRA도 결국은 무력화되었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법안이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하고 7월 4일 백악관의 최종 서명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 법은 국방비 확대, 불법 이민자 차단 위한 장벽과 구금시설 설치 비용 증액, 메디케이드와 푸드스탬프 등 복지비용 삭감 등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왔던 각종 유해한 정책을 총망라한, 아름답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하나의 큰 법’이다. 

당연하게도 OBBBA에는 기후정책의 역사적 후퇴를 가져올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는데, 특히 IRA의 중요 조치를 약화하는 정책이 다수 들어있다. 2032년까지 제공되기로 했던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사실상 즉시(10월 이후) 폐지하기로 한 내용(법안의 30조 청정 자동차 크레딧)이 대표적이다. 재생에너지 투자와 생산에 모두 지원해온 보조금도 단계적으로 폐지(법안의 48E조와 45Y조)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업이 2034년 이전에 건설을 시작하면 비용의 최소 30%에 해당하는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2026년 7월까지 착공해야 간신히 전체 세액 공제를 받는다. 반면 핵발전, 수력 및 지열 발전, 배터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기업의 세금 공제 혜택은 기본적으로 2036년까지 유지된다.

미디어에서 주목하지 않았지만 OBBBA는 주택 에너지 효율 보조금도 폐지했다. 주택 소유자가 단열 집수리를 하고 히트 펌프를 도입하거나 옥상 태양광을 설치하면 받을 수 있는 세금 공제도 연말에 종료하기 때문이다. IRA 덕분에 2023년에만 미국의 340만 가구 이상이 보조금을 이용해 그린리모델링과 태양광 설치를 하여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한 걸로 알려졌다.

때론 이데올로기가 경제적 이익보다 우선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IRA가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에 제공해왔던 보조금은 대체로 80% 이상 공화당 지역구에서 혜택을 보아왔던 터라,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의회에서 IRA를 무력화시키지는 않을 걸로 전망되었다. 그런데 현재 IRA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더라도 원래 민주당이 IRA를 통해 기대했던 녹색 전환은 이제 물거품이 되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저명한 국제경제학자이자 산업정책의 지지자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많은 공화당 의원이 유권자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입법에 명백히 찬성했으며, 이는 정치권에서 때때로 이념이 물질적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 로비나 기득권보다는 무엇이 중요하고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우세”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의 민주당도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의 태양광과 풍력이 원래 예상 증가량보다 절반으로 떨어질 걸로 예상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미국 전력 기업들은 태양광과 풍력 대신 가스와 석탄을 더 많이 태우게 되리라 비관했다.

유럽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90% 줄이는 계획을 세우는 동안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미국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 연료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매년 가혹해지는 기후 재난을 겪으면서도 화석 국가로 남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지구 차원뿐 아니라 미국의 미래도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아울러 조지아의 태양광 패널 유리 재활용업체와 켄터키의 전기차 기업 등 그동안 IRA 덕분에 일기 시작한 미국의 녹색 제조 붐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 탓에 조만간 꺾일 것이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혐오하던 중국산 녹색 부품의 수입을 범람시킬 개연성을 키우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커진 중국의 녹색산업은 트럼프 덕분에 더 번창하게 된다.

이제 예정보다 5년 앞당겨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지날 중국은, 미국이 스스로 내팽개치고 유럽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리더 역할을 자임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구적 기후 재난이 미지의 불확실한 영역으로 진입하는 동안 지구적 기후 거버넌스도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김병권 소장]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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