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데이터센터 직·간접 배출량과 전력 사용량까지 공개
센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 가늠 가능케 해
재생에너지 유형별 비중 투명 공개...'추가성' 수준 파악
국내기업, 절대수치 위주 공개방식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물을 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인프라로, 그 환경 영향 또한 지역적으로 발생한다. 전기나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이 총 사업장 단위의 에너지·물 사용량만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개별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사회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센터 단위의 에너지·물 사용량,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등을 고려한 보여주는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개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애플이다.
애플: 지역 전력망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조달
애플은 2025년 환경보고서에서 자사 8개 데이터센터의 현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예를 들어 노스캐롤라이나 메이든 데이터센터는 2024년 전력 사용량이 4.66억 kWh이며, 부지 내 태양광·연료전지 설비 구축과 전력사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100% 재생에너지 조달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지역 그리드의 전력 믹스(가스·원자력·석탄·수력·재생 등)와 애플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함께 제시해, 독자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1).
그림1: 애플의 자사 메이든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 공개 방식

이러한 방식은 독자가 지역 전력망의 화석연료 비중과 해당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물론 공시를 일찍 시작한 글로벌 기업의 방식을 국내 현실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특히 애플은 각 데이터센터의 직·간접 배출량과 전력 사용량까지 공개해, 센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그림2).
그림2: 애플의 자사 데이터센터별 정보 공개 현황

에퀴닉스: 추가성 여부를 드러내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268개 센터를 운영하며, 전체 용량으로는 세계 6위 규모다. 에퀴닉스는 전력의 96%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전력구매계약(PPA), 유틸리티 제공형 EAC(Utility-supplied EACs), 분리형 EAC(Unbundled EACs)로 구분해 비율을 공개한다(그림3).

이러한 구분은 독자가 재생에너지 조달의 ‘추가성(additionality)’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추가성이란 ‘실제로 새로운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을 유도했는가’, 즉 ‘재생에너지를 추가하는 데 기여했는가’를 의미한다. 에퀴닉스의 재생에너지 조달 유형의 경우, 추가성이 가장 높은 PPA가 11%, 전력 공급 계약과 결합된 유틸리티 제공형 EAC가 38%, 전력 계약과 분리된 분리형 EAC가 47%를 차지한다.
물론 에퀴닉스는 애플처럼 센터별 전력 믹스나 센터별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까지는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2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재생에너지 조달 유형별 비중을 투명하게 공개해 독자가 재생에너지 추가성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국내 기업: 진전은 있으나 맥락을 설명하는 배려는 부족
국내 주요 SI 대기업인 S사와 L사 역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보공개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S사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장 에너지 사용량과 수자원 리스크까지 관리하고 공개하고 있다. 또한 2024년 목표(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물 취수량, 재생에너지 사용량)와 실제 성과를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센터별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공개했으나, 해당 센터의 전력 사용량 대비 어느 정도를 충당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재생에너지 구매량 대비 녹색프리미엄 비중이나 추가성이 높은 PPA의 실행 계획 등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L사는 네 곳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했지만, 본문이 아니라 보고서 부록의 검증의견서에만 수치를 기재해 가독성이 떨어진다.
또한 재생에너지 조달 유형별 비중이나 당해 연도의 목표치도 찾기 어렵다. 이처럼 두 기업 모두 절대 수치 위주의 공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센터가 위치한 지역 내에서의 환경 영향,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 등 큰 그림을 보여주는 관점이 필요하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국내외 주요 ICT 기업들의 공시자료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전략과 정보를 관리하는지 조사한 보고서, 'AI 시대, 데이터센터 환경영향 관리 방안: 국내 기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발간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는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수단이자 기회이다.
다수 기업은 매년 축적해온 환경 성과를 토대로 보고서 내 기후 리스크나 환경 성과에 관련된 내용을 점차 풍부하게 작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성과나 정량적인 수치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해 목표 달성 여부, 센터별 에너지와 물 사용 현황 등 맥락을 함께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 강민영 경제전환팀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