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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멕시코 만류 계속 약화…유럽은 빙하기 온다?

  • 기자명 채인택 기자
  • 입력 2025.09.15 18:22
  • 수정 2025.09.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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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버뮤다·스위스·독일 연구팀, 기후변화 연구
멕시코 만류와 대서양 해류 순환 약해지면
열대·아열대 더 더워지고, 극지방 더욱 추워져
서·북 유럽 겨울기온 최대 15도 더 하락 우려

[ESG경제신문=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세계 해류 순환의 핵심 동력인 ‘멕시코 만류(Gulf Stream: GS)’가 지난 300년 동안 계속 약해져왔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조만간 임계점(tipping point)에 달하면서 시스템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뜻한 남쪽 바닷물을 고위도의 실어주고, 대서양 해수를 아래위와 남북으로 순환시키면서 열‧탄소‧산소‧영양분을 옮겨줬던 멕시코 만류가 더욱 약해질 경우 서유럽에 끝없는 겨울, 즉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와 더럼대에서 연구 주도

영국 사우샘프턴대 지리환경과학부 에드워드 포먼 교수와 더럼대 지구과학과 제임스 발디니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서다. 이들이 작성한 논문 ‘멕시코 만류는 소빙하기 말기에 북쪽으로 이동했다(The Gulf Stream moved northward at the end of the Little Ice Age)’는 ‘커뮤니케이션 지구&환경(Communication earth&environment)’에 최근 실렸다. 과학잡지 네이처에서 펴내는 지구환경학술지다. 연구에는 영국의 리즈대, 브리스톨대, 미들스버러 티사이드대, 스위스의 베른대, 취리히 연방공대, 영국 해외영토 버뮤다의 버뮤다 자연사박물관, 해양과학 연구소, 그리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괴테대 등도 동참했다.

멕시코 만류의 흐름. 따뜻한 멕시코만(미국만)에서 시작한 해류가 북미 대륙 동부를 따라 북상한 뒤 대서양을 건넌 뒤 서, 북 유럽에 이른다. 일부는 북대서양에서 남쪽으로 빠져 아프리카 동부까지 이른다. 멕시코 만류는 서, 북 유럽을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10도 정도 더 높은 기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멕시코 만류가 갈수록 약해져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서, 북 유럽의 기온이 지금보다 평균 15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 NOAA(미 연방해양대기청)]
멕시코 만류의 흐름. 따뜻한 멕시코만(미국만)에서 시작한 해류가 북미 대륙 동부를 따라 북상한 뒤 대서양을 건넌 뒤 서, 북 유럽에 이른다. 일부는 북대서양에서 남쪽으로 빠져 아프리카 동부까지 이른다. 멕시코 만류는 서, 북 유럽을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10도 정도 더 높은 기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멕시코 만류가 갈수록 약해져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서, 북 유럽의 기온이 지금보다 평균 15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제공= NOAA(미 연방해양대기청)]

멕시코 만류는 멕시코만(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미국에선 미국만으로 부름)에서 시작해 플로리다 해협을 지나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 북상하다 북위 36도 부근에서 북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세계 최대의 난류다. 이 만류는 북대서양의 북위 40도 부근에서 하나는 영국‧아일랜드‧아이슬랜드‧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북쪽으로, 또 하나는 남쪽으로 흘러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각각 흐른다.

멕시코 만류가 열과 수분을 공급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은 겨울에도 온화하고 적절한 비가 내리면서 풀이 자라 푸른 겨울 벌판을 이룬다. 예로 영국 런던의 위도는 북위 52도로 남시베리아~북만주에 해당한다. 하지만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 정도로 온화하면서 구름 끼고 비 내리는 날이 잦은 날씨로 유명하다. 위도상 더 남쪽에 있는 파리보다 따뜻한 날이 많다. 맥시코 만류가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서북쪽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서유럽 만드는 멕시코 만류, 대서양 순환과 연동

멕시코 만류가 제공하는 것은 서유럽의 따뜻한 겨울만이 아니다. ‘대서양 경도 순환 역전’ 또는 ‘대서양 자오선 전복 순환’으로 번역되는 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라는 거대한 해류 순환의 핵심을 맡아 지구 전체 기후에 영향을 준다. 대서양 해수를 컨베이어 벨트처럼 남북으로, 그리고 상하로 순환시키는 해류 시스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남쪽 바다의 따뜻한 표층 해수가 북쪽으로 이동해 북극권에서 차가워지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데, 이렇게 침강한 해수는 심해에서 남쪽으로 흐르게 된다. 대서양 해류는 이런 식으로 대서양과 그 연안지역뿐 아니라 전 지구의 열 균형을 유지시키면서 기후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수는 이렇게 순환을 계속하면서 열과 탄소, 산소, 영양분 등을 지구 곳곳에 운반한다. 이를 통해 해수면의 높이와 기온까지 영향을 끼친다. 차가워진 심층 해양수가 이산화탄소를 심해에 잡아두는 역할도 한다.

멕시코 만류와 전 세계 해류. [사진 제공=NOAA(미국 연방해양댜기청)}
멕시코 만류와 전 세계 해류. [사진 제공=NOAA(미국 연방해양댜기청)}

AMOC와 멕시코 만류 강도 떨어진 사실 확인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AMOC의 강도가 지난 천년 이래 가장 약한 상태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문제는 AMOC의 강도가 멕시코 만류의 강도가 본질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AMOC가 약해지고 멕시코 만류가 대서양을 건너는 지점이 더욱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관측 결과 20세기 이후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 서북부 메인만에선 지난 900년간 온도가 떨어져왔으나 20세기 들어 급격한 온난화로 이런 현상이 역전됐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한 외부 강제력 증가로 AMOC가 이번 세기 안에 전환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럴 경우 MOC가 상당히 약해지면서 북‧서 유럽의 연평균 기온이 최대 15도가 떨어지고 지역 기후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멕시코 만류 덕분에 서유럽은 겨울 표면 기온이 비슷한 위도의 다른 지역의 평균보다 최대 10도가 높았지만 기후변화로 멕시코 만류가 약해지면서 이런 장점을 잃을 수 있게 됐다는 경고다.

멕시코 만류가 조만간 임계점에 이르러 무너지거나 더욱 약화할 경우 전 지구가 거대한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04년 SF재난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 등장하는 지구기온의 급격한 하락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후변화로 전 지구가 갑작스럽게 빙하기에 가까운 기온 하락을 겪는 내용의 SG재난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 [사진=20세기 폭스]
기후변화로 전 지구가 갑작스럽게 빙하기에 가까운 기온 하락을 겪는 내용의 SG재난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 [사진=20세기 폭스]
영국 해외영토인 버뮤다의 깃발. [사진=퍼블릭 도메인]
영국 해외영토인 버뮤다의 깃발. [사진=퍼블릭 도메인]

서‧북 유럽 기온 연평균 15도 떨어질 가능성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가 녹고 강수량이 늘어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서 영양분과 탄소, 산소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멕시코 만류와 AMOC가 이처럼 약해지거나 무너지면 기후 시스템이 교란돼 열대‧아열대 지역은 더욱 더워지고, 극지방은 더욱 추워지는 극과 극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MOC의 중추를 맡으면서 유럽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줬던 멕시코 만류가 기후변화로 더욱 약화하거나 무너지면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심각한 기후 재앙을 겪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영국 등 서유럽과 북유럽은 겨울철 기온이 지금보다 최대 15도까지 떨어지면서 기후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도 폭우가 잦아지는 등 기상 패턴이 급변할 우려가 크다.

멕시코 만류와 AMOC가 약해지는 것은 기후변화의 피해가 서유럽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서유럽에서 기후변화 대비에 더욱 적극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적 연구과정

이런 우려를 낳게 한 지구과학 연구는 복잡한 과정을 겨쳐 이뤄졌다. 연구팀은 카리브해 섬인 버뮤다의 리밍턴 동굴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물의 성분을 바탕으로 몇 년에 1㎜정도로 서서히 솟아오르는 석순을 분석했다. 석순의 퇴적물을 바탕으로 이를 만들어낼 당시 물방울의 화학적 구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1449년부터 2013년까지 564년 동안의 월별 육상‧해양 온도와 기후 패턴을 추적했다. 예로 날씨가 추우면 바람이 더 불기 때문에 바닷물이 더 많이 유입되는데, 이런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화학적 ‘지문’이 석순에 남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과거 해수 온도를 간접적으로 재구성했다. 그랬더니 1700년 이전에는 안정적으로 높았고, 1700~1850년에는 낮아졌으며, 1850년 이후에는 다시 온난화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해수 온도가 낮아진 시기에 멕시코 만류는 세력이 강해져 기존보다 남쪽에서 대서양을 건넜지만, 해수 온도가 다시 높아지자 북쪽으로 옮아가서 대양을 횡단했다. 이를 통해 멕시코 만류는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세력이 약해져 더욱 북쪽에서 대서양을 건너며, 온도가 낮아지면 세력을 회복해 남쪽에서 대서양을 건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산업혁명으로 화석연료에서 탄소가 배출되기도 전인 1720년 이후 버뮤다의 해수면 온도가 한 세기 이상 동안 상당히 낮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동시에 북미 동부 해안을 따라 조사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낮아진 동안에는 멕시코 만류가 기존보다 남쪽에서 대서양을 건넜으며, 다시 온도가 높아지자 대서양을 건너는 지점에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멕시코 만류 붕괴 가능성 연구는 이처럼 해수 온도, 애류 이동 등에 대한 복잡한 관찰과 과학적 추정의 결과다.

[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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