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쟁 뒤 호르무즈 위기 일단 봉합되자
후티반군, 민간선박 2척 공격해 사상자 발생
연 1조달러 통상로서 이란 신형 대리전 의심
홍해‧수에즈 항로 위협…희망봉 돌면 비용가중
해양오염 가능성에 새 전쟁지역 될 위험까지
트럼프, 후티 항복 간주 폭격 중단…해결 난망
한국 등 아시아 상품이 유럽으로 가는 길목
![7월 9일 예멘 서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라이베리아 선적의 그리스 해운사 소속 민간화물선 이터니티C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7/11978_17056_3141.jpg)
[ESG경제=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세계의 에너지 해상 수송로가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다. 지난 6월 13~24일 이란-이스라엘 간의 ‘12일 전쟁’으로 아라비아 반도 동북쪽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심리적으로 위협받은 것은 그야말로 약과다. 호르무즈는 이란이 북부 해안을 장악하고 있는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의 통로다.
유례없는 후티 연속 공격에 화물선 2척 홍해 입구 침몰
이번에는 아라비아 반도 동남쪽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가던 민간 화물선 두 척이 이틀 간격으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7월 6일 민간 화물선 매직 시스호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무인폭탄보트 공격으로 침몰한 데 이어 7월 8일에는 쾌속정 공격으로 이터니티C호가 가라앉으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가 발생했다.
두 선박 모두 그리스 해운사 소속으로 라이베리아 선적이다. 특히 이터니티C호가 침몰하면서 4명이 숨지고 15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 남부를 지나는 100척 이상의 민간 상선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두 척이 침몰하고 4명의 선원이 숨졌다. 하지만 이번처럼 며칠 간격으로 선박 공격과 침몰, 선원 사상자 발생에 인질 의혹까지 동시에 번지기는 처음이다.
트럼프의 후티 폭격 중단과 유엔의 무대응
![중동의 미군기지 현황. 미국은 중동 전역에 약 4만 명의 병려글 주둔시키고 있다. 비레인에는 미국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항에는 미 공군이 배치돼 있다. 바브엘반데브 해협 서쪽의 지부티에는 미군 특수부대와 항공 전력이 주둔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7/11978_17063_4944.jpg)
사안이 간단하지 않음에도 국제사회는 대응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 지난 5월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원래 미국은 지난 3월 중순 후티를 해외 테러조직으로 재지정하고 대규모 폭격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앞둔 지난 5월 6일 후티 공격을 중단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해왔다”며 “후티는 항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더 이상 배들을 폭파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나는 그 말을 믿을 것이고 후티에 대한 폭격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
CNN은 유엔의 예멘 특사인 한스 그룬드버그가 10일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인근 홍해상에서 벌어진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에 유감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유감을 표시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은 대응조치는 거론하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선박 침몰에 따른 해양 환경오염 경고
CNN에 따르면 그룬드버그 특사는 후티의 민간 선박 공격으로 선원들이 숨지거나 실종되거나 부상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생명과 국제 항해, 해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격들을 자제하라고 후티 반군에게 요구했다.
그룬드버그 특사는 침몰한 선박으로 인한 해양의 심각한 환경오염 위험은 해수 오염은 물론 더욱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티의 민간 선박 공격이 글로벌 해양오염 문제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최근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들에 대해 “국제해상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 2722호(2024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으며 대응책은 거론조차 하지 못했다. “항해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촉구한 게 고작이다. 유엔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홍해 입구는 연간 1조 달러 화물 오가는 요충지

주목할 점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아프리카 동북부와 아시아의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위치한 글로벌 초크포인트(Choke Point: 요충‧관문)라는 사실이다. 이 해협은 아덴만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폭 약 26㎞의 좁은 수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 홍해를 북쪽 끝까지 항해하면 또 다른 글로벌 초크포인트인 수에즈 운하가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는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의 제조업 국가에서 생산된 수많은 상품이 유럽‧북아프리카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급소와도 같은 좁은 바다 길목이다. 인도‧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의 다양한 상품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호르무즈 해협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수로의 하나로 꼽힌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 세계 기준 해상 물동량 비중을 보면,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다. 이 해협으로 매년 1조 달러의 상품이 오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 등 에너지 유럽으로 가는 길목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유국의 하나인 사우디에도 이 해협은 급소다. 주로 동부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연안에서 생산되는 사우디산 원유와 가스도 마찬가지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아시아‧인도 등으로 가거나, 1982년 준공한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연안에 도착한 뒤 수에즈 운하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다른 나라로 운송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바레인‧ 카타르를 비롯한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이 생산한 석유와 가스도 유조선과 가스운반선에 실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그리고 수에즈 운하를 거쳐야 아시아‧유럽 등 수요처로 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위협, 해양 오염 우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유가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불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당장은 트럼프의 무역장벽 때문에 에너지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전쟁자금이 급한 러시아와 개발자금이 궁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가 상승세를 잡아줄 수 있다.
후티의 민간선박 공격 직후 국제 유가는 2% 정도 올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전문 매체인 에너지프라이스 닷컴에 따르면 유가 상승세는 불과 이틀 만에 잡혀 일부 유종은 일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동의 에너지 길목에 불온한 기운이 계속 유지되면 아무래도 국제 유가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글로벌 에너지 유통망이 막히고 해양오염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데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처한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도무지 문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경색 현상이 언제나 풀릴지 국제사회는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중동의 이 좁은 바다를 에너지와 상품 운송로로 쓰는 한국도 포함된다. 남의 일이 아니다.
후티 반군, 중동의 거의 유일한 친이란 대리세력
![6월 13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의 군사지도자와 핵과학자 등이 표적 폭격으로 숨지자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후티는 혀재 중동에서 거의 유일한 이란 대리세력으로 통한다. [AP=연합뉴스]](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7/11978_17058_3957.jpg)
또 다른 주목거리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중동에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이란의 프록시(대리세력)라는 사실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지도라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에 표적 암살되면서 지리멸렬 상태이고.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수니파 이슬람 세력에 밀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수도를 버리고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무너졌다.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세력은 침묵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월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가 역공을 당해 지도자 대부분이 표적 암살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인구 200만 명 중 5만 7000명 이상(7만 명 이상설도 있음)이 목숨을 잃는 참사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내 유일하게 활동 가능한 예멘의 후티 반군의 호전적인 활동에 전 세계적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후티가 움직인 이면에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뜻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가공할 무력시위와 압박으로 이뤄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후티의 움직임이 단순하게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 남부의 자유 항행 위협만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이란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의 대중동 전략과 정전준수에 대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일 수 있다.
글로벌 선사들 홍해 회피 가속화 전망…물류비용 압박
홍해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민간 화물선 2척을 침몰시켰고 선원 중에 사상자도 발생했다. 생존 선원을 인질로 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위협 때문에 수에즈 회피를 이용하는 아시아-유럽 항로를 꺼려할 수도 있다. 글로벌 물류비용 급증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BBC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지 않고 유럽으로 가려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도는 우회 항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시아-유럽 노선은 대략 9000㎞의 거리가 추가되며 소요 기간은 7~10일이 더 걸리게 된다. 운송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는 보험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과 통행 선박에 대한 무단 검문과 승선, 선원에 대한 인질극이나 화물 압류 등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글로벌 보험사와 재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해운사와 화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물론이다.
전쟁 지역으로 확대될 위험
![후티 반군은 이란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고, 이스라엘은 예멘을 폭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도널드 트러프 대통령이 후티가 항복했다고 선언한 뒤 공격을 중단했다. 히의 공백 상황에서 후티 장악 지역의 앞바다인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https://cdn.esgeconomy.com/news/photo/202507/11978_17059_4230.jpg)
게다가 바브엘반데브 해협과 홍해 상공은 각국의 군사적 전개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 이스라엘의 전투기와 미사일, 드론, 그리고 미국과 영국군, 프랑스군 등의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무장을 잔뜩 갖춘 각국의 수상함과 잠수함이 오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계태세 강화 목적이라고 해도 완전 무장하고 공격태세를 갖춘 군용 항공기와 군함이 오간다면 민간 선박의 위해 가능성도 커지고, 보험료 부담도 이에 비례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이 어느 정도 있지만, 전쟁이나 피습 위험이 사라지지 않을 경우 급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가공할 위험성을 내포한 이유다. [ESG경제=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