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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기마다 흔들리는 KT...'리더십 공백' 이번에도 재연되나

  • 기자명 김제원 기자
  • 입력 2025.10.29 11:16
  • 수정 2025.10.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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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대표 ‘소액결제 사태’로 연임 불투명...국감서 책임론 거론
민영화후 CEO 선임 시점마다 인선 절차 길어지는 구조 계속 반복
유무선 국가대표 통신기업 경영공백 장기화시 산업경쟁력에 악영향
방산기업 KAI, CEO 공백 121일째...K-방산 경쟁력 갉아먹을라 우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해킹사태와 관련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해킹사태와 관련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제원 기자] 국내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자 공공성이 높은 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공백이 잇따라 발생해 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바로 KT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얘기다. K-방산 핵심기업인 KAI는 CEO 부존재 상황이 100일을 훌쩍 넘겼고, 유무선 통신 국가대표기업인 KT는 사외이사들이 현 CEO에 대한 사실상 '탄핵절차'에 돌입하면서 리더십이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두 기업 모두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KAI의 경우 정권 교체 여파로 인사 절차가 길어진 측면이 있는데 KT에서도 같은 현상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KT는 2014년 과 2020년, 2023년 대표이사 공백 상황을 겪은 전례가 있다.

KT CEO 연임 불투명, 11월 차기 대표 선임 들어간다는데...

KT가 이르면 다음달 초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최근 ‘소액결제 사태’와 이사회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김영섭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국정감사 일정이 마무리되는 오는 11월 초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선임 과정은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내외 후보를 심사해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T 이사회는 현재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김영섭·서창석 등 사내이사 2명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사외이사다.

특히 이들은 총의를 모아 ‘경영진 책임 이행 및 CEO 선임절차 개선’을 명분으로 한 특별이사회 소집을 통해 해임건의안 및 경영진 재구성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직접 상정할 방침이다. 사실상 현 김대표를 탄핵하겠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사회 규정상 대표이사 해임 건의안은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사외이사 전원 찬성이 전제된다면 경영진 교체 절차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섭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는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실적 개선과 구조조정, 주가 회복 등을 이끌며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여론이 악화됐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책임론이 제기됐다. 

과거 KT는 정권교체기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등 지배구조 소용돌이에 휘말린 전례가 있는 만큼 차기 KT 사장 인선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김 대표의 연임 여부와 차기 CEO 선임 절차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대표이사 자리, 정권교체기 맞물려 공석 상황 반복

KT는 지금가지 수차례 CEO 공백 상황을 겪은 전례가 있다. 모두 정권 교체기 언저리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공교롭다.

바로 직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난 후 처음 주주총회를 맞은 2023년 2월 구현모 대표이사가 연임에 실패하고 사임하면서 KT는 8월까지 약 5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당시 이사회는 새 CEO 후보군을 구성했으나,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주주의 입장 차이로 인선 절차가 지연됐다. 같은 해 8월 30일에서야 김영섭 당시 전 LG CNS 대표가 새 CEO로 선임되면서 공백은 해소됐다.

공백기 동안 회사는 통신망 투자와 신규 AI 서비스 확대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또한 2023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KT는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에도 황창규 전 회장 취임 전 약 4개월간 CEO가 공석이었으며, 2020년대 초반에도 차기 대표이사 후보 확정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이후에도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분이 남아 있어, 최고경영자 선임 시점마다 인선 절차가 길어지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현재 KT에는 국민연금공단, 산업은행, 우리사주조합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정권교체기마다 KT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사외이사들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수습하는 것인지, 정치권에서 관여하는지 지금으로선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권이 지배구조에 간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KAI 사장 공석  120일 넘겨...K-방산 전체 경쟁력 저하 우려  제기

방위산업 분야의 대표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올해 하반기부터 최고경영자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이 이어지면서 사업·수주·조직안정성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진=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진=KAI

강구영 사장이 2025년 7월 1일 자로 사임한 뒤, 10월 말 현재까지 새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았다. 회사는 차재병 부사장을 대표이사 대행으로 지정해 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장 공백 기간은 현재 121일째다.

CEO 장기 부재 상황 하에  KAI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에 밀리고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블랙호크(UH/HH-60) 기동헬기 성능개량 사업, 천리안 5호 개발 수주전에서도 각각 대한항공과 LIG넥스원에 잇달아 패배하는 등 수주전에서 쓴맛을 봤다.

KAI의 사장 장기 부재 상황은 수출협상 지연과 파트너십 논의 표류는 물론이고 연구개발(R&D) 차질, 신규 사업 투자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경영 효율성과 대외 신뢰성 모두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실제 KAI는 지난 17일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대표이사 대행체제로 참여하면서 대형 국제무대에서 수출 계약을 따낼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니냐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KAI의 경영 공백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K-방산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방산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KAI 노조는 지난 9월 24일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장 인선 지연에 대해 항의했다. 노조는 “수출입은행과 방위사업청의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회사 경영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KAI의 올해 상반기 누적 수주는 3조 1622억 원으로, 연간 목표치(8조 4590억 원)의 37%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073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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