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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K-밸류업'...낙후된 기업지배구조에 발목 잡혀

  • 기자명 김대우 기자
  • 입력 2025.11.10 16:31
  • 수정 2025.11.1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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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 중심 경영 관행 지속...상장사 참여율 13% 그쳐
ROE·PBR,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 성과지표 여전히 하위권
"이사회 오너 영향력 아래 놓여...보상체계 여전히 불투명"
ISS 보고서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없이는 한계 뚜렷” 경고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회사인 ISS 로고와 본사. 사진=ISS 홈페이지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회사인 ISS 로고와 본사. 사진=ISS 홈페이지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한국 상장기업들이 앞다퉈 기업가치 제고(K-밸류업)에 나서고 있지만 지배주주 중심의 갖가지 경영 관행이 밸류업을 발목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운영구조·자본배분·주주환원·이사회 기능 등 지배구조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내부 체질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기업가치 제고는 없다는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10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자회사 ISS 코퍼레이트 솔루션즈는 최근 발표한 ‘밸류업 추진 현주소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 상장사들이 밸류업 전략을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배구조 측면의 취약성이 여전히 기업가치 상승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ISS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자본 효율성, 이사회 구성, 임원 보수체계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질적 변화가 충분치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봤다. 

실제로 한국 상장사들은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 배당성향 등 핵심 지표에서 여전히 글로벌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ROE의 경우 7.9% 수준으로 미국 S&P500(15.5%) 의 절반 수준이며, 일본 닛케이225(8.4%)보다도 낮다.

KRX100 지수에 포함된 대표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1.3%로, 미국 S&P500(32.0%), 일본 닛케이225(33.1%)에 견주어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낮은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율도 해결 과제다. 밸류업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코스피 상장사 중 밸류업 공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128개사로 13.4%에 불과하다. 일본 프라임 시장 상장사 가운데 54%가 유사한 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과는 큰 차이다.

ISS는 한국 상장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들로 이사회 구성 및 독립성 부족, 임원 보수체계의 투명성·책임성 미흡, 지분 구조 및 지배주주 중심 경영문화, 주주환원정책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 등을 지적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핵심 문제들...이사회 독립성 부족

한국 상장사들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장과 대표이사의 겸임 여부 등 이사회 구성 및 독립성 측면에서 글로벌 기준 대비 개선 여지가 많다는 게 ISS의 평가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감독하기보다는 경영진과 오너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자사주 매입은 증가했지만, 실질적 주주이익 환원(예: 소각, 배당 확대)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자본을 비핵심사업 또는 내부거래에 투입하는 사례가 존재하며, 이는 ROE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저해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지난해 2월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평가 가이드라인 세미나 모습.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지난해 2월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평가 가이드라인 세미나 모습.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특히 기업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임원보수가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연계돼 설계돼야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그 상관관계가 현저히 낮다”며 KRX100 소속 기업 중 12개사는 적자를 기록하고도 이사 보수를 인상했고, 24개사는 흑자에도 보수를 감액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손실을 낸 기업에서 이사 보수액이 오르고, 이익을 냈음에도 보수가 줄어드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이사 보수에 대한 심의 및 감독기능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ISS는 한국 기업의 오너일가 지분·경영 참여가 여전히 높고, 내부거래·순환출자 등의 구조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정보공개 속도가 늦고 경영투명성이 떨어져 소수주주 및 외부투자자와 이해 충돌을 야기하고 지배구조 리스크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개선 방향...계획 넘어 실행으로

ISS 보고서는 한국 상장기업들이 밸류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장·주주와 연간 단위로 소통하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을 개선해 경영진·지배주주 중심 구조에서 탈피하고 자본배분 체계를 효율화하며,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경영보수체계를 주주가치 및 장기성과와 연결시키고, 정보공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낮은 ROE, 제한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율과 지배구조의 제약이 결합돼 ‘K-밸류업’ 프로그램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시장·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으면 밸류업은 표면적 이벤트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밸류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로 기업에 내재화돼야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제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장기 기업 전략을 반영한 이사회 구성 △성과 연계형 보상 체계 확립 △기업 정보 접근성 확대 △지배구조에 대한 정기적 검토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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