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 부동산신탁펀드에 녹색수익증권 'G1' 등급 부여.
인증평가기관의 전문성 신뢰성 확보 관건

[ESG경제=서정수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증평가를 받은 펀드가 국내에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무늬만 ESG일뿐 알맹이는 기존 펀드와 다름없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이 수그러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베스타스 유럽물류전문투자형 사모 부동산투자신탁 제73호(베스타스 부동산 73호)’에 대해 인증평가를 실시하면서 녹색수익증권 최고 등급인 ‘G1’을 부여했다고 12일 밝혔다.
베스타스 부동산 73호는 자금 모집 후 투자가 실시되는 3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로 유럽 14개국 소재 친환경 물류센터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기평은 이 펀드의 투자 방향이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와 환경부의 녹색채권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진단했다. 수익증권이 신용평가회사의 ESG 인증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SG인증 펀드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그린 워싱’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루져 주목되고 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앞세운 ESG가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로 떠오르면서 무늬만 ESG를 표방한 사례가 급증한 탓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ESG를 표방한다고 해 사보니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전통 대형우량주로 채워져 기존 펀드들과 차별성이 없고, 수익도 제대로 못 내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SG 펀드가 일반 주식형 펀드와 별 차이가 없는 건 벤치마크 때문이다. 기존의 ESG펀드는 코스피 지수를 비교지수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공인된 ESG 지수가 없기 때문이다.
ESG를 포함한 국내 SRI(사회책임투자) 펀드는 최근 1년 새 38개에서 51개로 급증했지만 진짜 ESG펀드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코스피를 비교지수로 삼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시장 수익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ESG와 별 상관이 없는 대형 우량주를 담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ESG 평가에 대한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상품을 만들어내다 보니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대표주들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ESG 인증평가가 자리잡으면 ‘그린워싱’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ESG 인증평가가 투자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펀드 운용사도 코스피 위주의 벤치마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운용 전략은 펀드 조달 자금의 사용처인 투자 종목이 ESG 가이드라인과 무관할 경우 후한 점수를 따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다만 ESG 인증평가기관들이 ESG워싱을 가려낼 만큼 충분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국내 인증평가기관들은 ESG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ESG인증평가도 마케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