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ETF 봇물.
친환경 규제로 수요 급증, 당분간 상승세 이을 듯

[ESG경제=서정수 기자] 게걸음 하고 있는 주식 시장과 거꾸로 움직이는 시장이 있다. 그중 하나가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주식의 대체자산으로 인식되는데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규제에 따른 수급요인이 맞물리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도 상장지수펀드(ETF)가 쏟아져 나와 일반인도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할 수 있게 됐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이산화탄소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가 각 기업별로 연간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을 정해 주는데, 기업이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총 배출허용량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에 팔 수 있다.
기업들은 배출권 시장(ETS)에서 배출권을 거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총 허용량은 연간 87억3000만 톤으로 제한돼 있다. 톤당 10~20달러를 오가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타기 시작, 최근에는 6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탄소배출권을 선물로만 거래할 수 있어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이에 운용사들은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만들어 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대표적인 글로벌 ETF는 미국의 'KRBN(KraneShares Global Carbon ETF)'이다. 최근 한달 동안 다우(-1.41%), 나스닥종합(-4.23%), 코스피(-6.49%), 코스닥(-8.12%) 등 국내외 증시가 내리막길을 달린 반면 KRBN는 41.49달러(14일 기준)로 1%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처음 상장된 7월에 비하면 2배나 급등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ETF가 줄줄이 출시됐다. 삼성자산운용(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 ICE)과 NH아문디자산운용(HANARO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 ICE), 신한자산운용(SOL 유럽탄소배출권 선물 S&P, SOL 유럽탄소배출권 선물 S&P) 등이 대표적이다.
탄소배출권, 분산투자 효과 돋보여
탄소배출권은 주식 채권 같은 전통 자산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만큼 분산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탄소배출권의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는 –0.2~03으로 원자재와 비슷하다. 최근 하락장세 속에서 탄소배출권 ETF가 강세를 보인 배경이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할 때 주식과 탄소배출권을 한데 묶으면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나서면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려는 투자자에게는 탄소배출권이 '안성맞춤 자산이다.
배출권도 주식처럼 가격이 수요과 공급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정부가 총 배출 허용량을 줄이거나 배출권 유동성 관리로 공급을 줄이면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수요 측면에서는 경기 활성화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거나, 냉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겨울철에 탄소배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최근 배출권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각 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가 꼽힌다. 파리기후협약이 올해부터 시작되면서 주요국 정부들이 본격적으로 환경 규제를 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으로 인한 탄소배출 수요 증가와 투기적 요인이 겹치면서 배출권 가격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EU가 2030년까지 총 배출 허용량을 매년 2.2%씩 줄이기로 하면서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 EU가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배출권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국경조정세는 철강이나 시멘트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EU에 제품을 수출할때 EU의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제도다. 배출권 수요가 강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 상승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