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림파괴 중단과 메탄 배출량 감축,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등 성과
과거 기후변화 약속 파기 반복하나...국제 환경단체와 저개발국들 비난 쏟아내

[ESG경제=이진원 기자] 반환점을 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반환점을 돌았다. 참가국 정상들은 이미 총회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를 떠났다. 각국 실무자들만이 남아 합의 내용들을 조율 중이다.
이번 CDP26은 몇 가지 주요한 성과를 이루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제 환경ㆍ시민단체와 저개발국가들로부터 구체성과 시급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으며 ‘신뢰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기 위한 기후협약의 실행이 수년째 답보 상태에 빠진 데 대해 불만을 품어왔던 환경단체들은 이번 총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향후 닥칠지 모를 최악의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인류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는 평가까지 들은 COP26은 지난달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각국 대표단, 기후 관련 시민단체, 기업인, 언론인 등 2만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개막했다.
삼림파괴 중단과 메탄 배출량 감축 등에 합의 불구 구체성 결여
COP26에서는 지금까지 일주일 동안 세계 100여 개국이 2030년까지 산림파괴를 중단하기로 서약하고,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또 한국 등 40여 개 나라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에도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CNN은 7일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서 "이러한 이런 약속들이 구체성이나 시급성이 결여됐다"면서 "특히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지 것이 불가능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렌 마운트포드 WRI 기후경제 부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거창한 내용이 담긴 성명이 발표되고 있지만 뜯어보면 구체성이 부족하다”면서 “대체 누가, 언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겠다는 건지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첫 주 몇 가지 성과를 거뒀지만 환경단체들은 COP26 참가국들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경단체들도 서약의 구체성 문제를 지적하며 COP26 참가국들이 한 약속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기후변화를 막자는 취지로 한 탄소배출 억제 등에 관한 국가 간 약속들이 깨진 전례가 많다는 점을 의식한 비난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이미 산업화 이전에 비해서 평균 1.15도 상승한 지구 기온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2020년까지 가난한 나라들에 기후 자금으로 연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유한 국가들은 이제는 "2023년까지도 약속을 지키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가오샹 중국대표는 7일 상하이 관영신문인 <광명일보>에 "선진국이 COP26에서 한 약속과 이뤄낸 성과에서 진정성을 보지 못했고, 실질적인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은 구호만 들었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삼림 파괴 멈추기로 했으나...벌써부터 합의 반대 목소리
이번 COP26에서 브라질을 포함해 전 세계 삼림의 85%가 몰려 있는 100여 개국은 지난 1일 가장 먼저 '산림·토지 이용 선언(Declaration on Forest and Land Use)'을 발표해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는 수년 동안의 삼림 보호 협상 끝에 이루어진 의미있는 성과다. 특히 12개국이 이를 위해 공공기금 120억 달러, 민간 투자 72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벌목 등으로 인한 삼림 파괴로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1%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상당히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서약에 참여한 나라들이 실제로 약속을 지킬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머금고 있는 열대우림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시티 누르바야 바카르 장관은 “인도네시아가 개발을 위한 열대우림 벌목을 멈추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화석연료 프로젝트 지원 중단도...해외 프로젝트만 해당
또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 자금지원 중단에 합의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외에 한정된 것으로, 국내 프로젝트 자금지원 중단 내용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개 국가들은 2022년까지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자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온실가스가 대기로 배출되기 전에 배출원에서의 온실가스를 포집하지 않는 프로젝트가 지원 중단 대상이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석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합의에 도달했으나 가스와 석유까지 포함한 합의는 이번이 처음이라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국내 석탄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이 빠진 게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 환경보호 시민단체인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선임 전략가인 제이크 슈미트는 “여전히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더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다”면서 “20여 개국이 화석연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은 실질적 합의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더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합의에 동참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제적 회의'에 대한 비난도
환경단체들은 또 COP26이 지금껏 열린 기후정상 회의 중 ‘가장 배제적(most exclusionary)’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비난도 퍼부었다.
COP26 대변인이 “영국이 포용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데 전념하겠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확실히 듣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치와 숙박시설 미비 등으로 ‘남반구의 저개발국(Global South)’들 중에서는 3분의 1 정도만이 COP26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사드 레만 COP26 시민사회단체 연대 대변인은 “이는 COP26 회의의 신뢰성을 ‘심각히 손상’시킨다”면서 “참가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도 협상에서 배제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 관계 틀어지며 COP26 개막 전부터 신뢰성 문제 도마에
사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가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은 이미 COP26 개막 전부터 이번 총회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9월 존 케리 미 기후 특사에게 "기후 협력의 ‘오아시스’를 위협하는 ‘사막’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시켰다.
미국이 태양광 공급업체 등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COP26이 이제 5일 남은 가운데 탄소시장에 신뢰할 만한 국제적 규칙을 정하고, 산업화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이 입게된 기후 관련 손해를 재정적으로 얼마나 분담을 해주고, 개발도상국들이 기후온난화 저지에 동참할 수 있게 자금을 얼마나 지원해줘야 하는지 등 몇 가지 중요 이슈들이 해결돼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주 각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COP26가 만족스러운 결과 도출에 실패한다면 세계 각국은 매년 그들의 기후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혼란스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