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부‧미국 2026년 탄소국경세 도입 전망, 수출 제품 탄소량 만큼 인증서 구매해야
한은 "직격탄 맞은 철강업계, 자국 산업 경쟁력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제언

[ESG경제=김민정 기자]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탈탄소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의 산업정책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전망이다.
특히 철강산업은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기후 문제 해결에 있어 문제아로 꼽히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철강 산업은 2019년에 약 1.2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전 산업 배출량 대비 20.1%의 비중을 차지했다. 조강생산 1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4~1.7톤이며, 2015~2019년 동안 생산량 대비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다.
EU집행부‧미국, '탄소국경세' 도입 공식화
국제 사회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산업에 치명타를 가할 규제 정책을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탄소국경세를 강행키로 이미 결정했다. 2023년부터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서 EU 역내로 수입하는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에 상당하는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형태다.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6년 전면 도입될 전망이다.
미국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기업의 수출품에 대해 무역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 시행 예정,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탄소배출권 3기 제도가 시행 중이다. 3기에서는 기업별로 할당되는 탄소배출량의 10%를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권을 구입해 충당해야 한다. 철강업계는 산업 영향을 고려해 탄소배출권 유상 할당에선 제외돼 있지만,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 영향을 받게 된다. 때문에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기업은 할당량에 여유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산업 특성상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업체들은 할당량을 넘기기 쉬워 탄소배출권 구매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탄소배출권 구매를 대비해 미리 장부에 쌓아두는 충당금인 배출부채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2019년 509억원 ▲2020년 786억원, 현대제철은 ▲2019년 1143억원 ▲2020년 1571억원의 배출부채를 인식했다.
또 정부는 지난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 시나리오에는 철강업의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60만t으로 줄이는 방안이 담겨 있다. 2018년 1억120만t과 비교해 배출량을 95%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철강업체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이 아니라 수소로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다.
철강업계, 탄소저감 방안 수립
철강업계는 탈탄소 움직임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6개 주요 철강회사들이 탄소 저감, 청정에너지 사용 등에 뜻을 모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로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하고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2040년까지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제철도 국책연구과제인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에 참여하며 향후 친환경 철강과 수소분야로 사업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도 최근 기후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저감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철강 업체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의 일본제철은 생산 설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 활용하는 기술인 CCUS 기술과 수소환원제철 등을 활용하여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화를 선언했다.
한국은행, “철강업계 탄소배출 규제 속도조절 필요”
철강업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정 철강 산업 실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철강업계에 적용하는 탄소배출 규제 속도가 과도하다고 제언했다.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포항본부는 17일 '탄소중립과 국내 철강업의 대응 과제' 보고서를 발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탄소 국경조정세가 국내 철강업계 수익성·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국내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전환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EU가 탄소 누출위험이 있는 업종에 배출권을 무상할당 하는 등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도 설명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에 대응해 철강업체에 세금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철강업계가 이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상당한 산업전환 비용을 지급하는 만큼, 철강업체와 지역 관련 산업의 경쟁력 보호를 위해 전력부문 비용을 인하하고, 환경세를 감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