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충족하는 회사채만 매입

[ESG경제=이신형기자]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회사채를 매입할 때 ESG 평가 기준에 맞는 회사채만 매입하기로 했다. 영란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그린워싱이 만연한 회사채 시장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24일부터 회사채의 ESG 평가표를 작성해 기준에 맞는 채권만 매입한다. 평가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시장은 영란은행의 이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이미 윤리적 자산을 매입해 왔으나, 구체적인 평가를 통해 매입 대상을 걸러내지는 않았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영란은행이 기업의 ESG 평가표와 함께 투자자의 녹색 투자를 촉진시키는 기업의 리스트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란은행은 2016년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도입 당시 매입 대상은 영국 경제활동에 중대한 기여를 한 기업의 채권이었다.
채권 전문매체 IFR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친환경 채권을 우대하는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은 범정부적인 탄소중립 달성 지원보다 통화정책적 고려가 우선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는 200억 파운드(약 31조7500억원)로 전체 회사채 시장의 6%에 해당한다.
약 212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로얄 런던 애셋 매니지먼트의 파올라 빈스 선임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 기자에게 환경친화적인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자의 영란은행의 이런 행보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란은행이 회사채를 선별하는 과정과 평가표는 환경친화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투자자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여줄 전망이다.
영국의 회사채 시장 규모는 13조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양질의 ESG 채권을 고를 수 있는 기준은 정립되지 않았다. ESG 평가기관들도 표준화된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영란은행도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ESG 평가를 위한 정보 수집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CB 주목하는 시장
블룸버그에 따르면 ESG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채권만 매입하기로 처음 결정한 중앙은행은 영란은행이지만, 이런 고려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것은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부터 영란은행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회사채를 매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ECB는 2022년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이미 공개했다.
ECB는 또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을 내년부터 양적완화 정책용 매입 대상 채권에 포함시켰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에 맞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목표로 설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수준이 달라지는 채권이다. 녹색채권과 달리 이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발행 기업이 지속가능성 전략에 맞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목표로 설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 수준이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