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 발표
수소·바이오 등 새 먹거리도 육성…"세계 4대 산업강국 도약"
탈탄소에 따른 산업·고용 지원하는 '정의로운전환 특별지구' 신설

[ESG경제=김도산 기자]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10일 발표했다. 전체 탄소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종합전략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와 정책 방향성을 담았다.
전략대로 라면 재생에너지 전원 비중은 2018년 3.6%에서 2050년 70.8%로, 청정수소 자급률은 0%에서 60%로, 친환경·고부가 품목 비중은 16.5%에서 84.1%로 각각 높아진다. 대신 원자력의 전원 비중은 현재 29%에서 6.1%로 대폭 줄어든다.
대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 4700여 곳은 2023년부터 태양광 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2025년까지 민관 합동 94조원 투자...정부 61조원, 기업 33조원
정부는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11개 기업과 함께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9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경제단체 수장과 에너지 부문 기업인들을 초청해 ‘탄소중립 보고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에선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함께 저탄소경제 전환을 통해 신(新)통상 르네상스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4년간 94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정부가 61조원의 마중물을 대고 SK E&S, 효성중공업 등 11개 선도기업이 33조원을 설비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저탄소로의 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수출 순위는 6위에서 4위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내다봤다.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시스템 혁신
정부는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한다. 이를 위해 2034년까지 노후 석탄발전 24기를 폐지하고 민간발전에 대해서도 석탄발전 상한제를 확대 적용한다.
과도기적으로 활용이 불가피한 화석연료 발전은 암모니아·수소의 혼합연소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선 내년에 범부처 차원의 입지·인허가 문제 해결 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풍력 전주기 원스톱 지원 체계 마련과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표준화에 나선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도 현재 9%에서 40%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제조업 탄소집약도는 10억원당 496t(톤)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에서 68t CO2eq으로 감소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을 대상으로 태양광 등 분산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한다. 에너지공급자의 효율화 투자를 의무화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EERS)도 내년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내년부터 배출권 거래제 비용을 발전원가에 반영하도록 '환경 급전'(환경 비용이 적은 에너지원을 먼저 발전하는 방식) 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했다.
2023년에는 사전에 계획한 발전량을 예측해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입찰제'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 요금체계 정착을 위해 힘쓰고, 제주에서 시행 중인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선택 요금제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석유·가스뿐 아니라 수소·재생에너지·광물 등을 포함하도록 자원안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자원안보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산업 구조의 저탄소 전환 촉진
정부는 내년도 산업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2130억원의 2배인 408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전체 산업 R&D에서 탄소중립 관련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6.7%에서 2030년 30%로 확대한다. 이미 발표한 6조7천억원 규모의 대형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아울러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탄소저감 효과와 실수요가 높은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시설·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신성장·원천기술에 대해선 대·중견·중소기업별로 R&D에 20∼40%, 시설투자에 3∼12%(예년 대비 증가분에 대해선 3% 추가 공제)의 세액공제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46개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추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서는 수출입은행은 35조원 규모의 저탄소전환 촉진 지원금융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1조원 규모의 기후대응보증을 내년에 신설한다.
ESG금융 활성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에 따라 금리 등이 바뀌는 지속가능연계채권 도입도 검토하고, 녹색(친환경)에 해당하는 산업과 기업을 규정하는 녹색분류체계를 운영해 내년부터 금융권 현장에서 시범 적용할 방침이다.
독일의 탄소차액계약제도(CCfD)가 국내에 적용 가능한지도 검토한다. 이 제도는 정부-기업 간에 중장기적으로 적용할 탄소가격을 사전에 계약한 뒤 차액이 생기면 보전해주는 것으로, 안정적인 배출권 가격 보장을 토대로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 기업의 신기술 도입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탄소중립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제품별 친환경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제품 전주기 감축량 산정체계'를 구축한다.'
수소·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전통산업·지역경제 전환 지원
정부는 탄소중립을 기회로 수소경제·친환경 모빌리티·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수소 인프라는 2030년 수소 운반선을 상용화하고 2050년까지 장거리·대용량 액화·수송 기술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 모빌리티는 친환경차 구매목표제와 공공선박 전환 등을 통해 초기 시장수요를 창출하고 재생에너지는 2050년까지 태양전지 효율 40% 달성, 20㎿급 풍력 개발 등을 추진한다.
차세대 이차전지·차세대 반도체·바이오 소재 등 저탄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도 키운다.
신소재 기반의 차세대 이차전지를 2030년까지 상용화하고 생산 능력을 2040년까지 10배로 늘리는 한편 초저전력·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높은 수준의 세제지원을 할 계획이다.
바이오 소재는 바이오화학 제품 1천종을 2030년까지 개발하고 바이오플라스틱을 2050년까지 완전 상용화한다.
그린 플랜트·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그린 엔지니어링 분야도 적극 육성한다.
구체적으로 2040년 300만t급 수소환원제철, 2050년 전기분해가열로를 각각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CCUS에 필요한 9억t의 대규모 저장소 확보와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실증에 나선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중소기업, 전통산업, 지역 등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탄소중립 전환지원센터(가칭)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친환경 공정·시설 전환과 경영혁신 종합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사업구조개편 종합지원센터와 노동전환 분석센터를 개소해 전통산업의 산업재편과 근로자의 직무전환·재취업을 돕는다.
아울러 지역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지정지역에 산업·고용 등을 범부처적으로 지원하는 '정의로운전환 특별지구'를 신설하고 산업위기 예방조치 등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산업위기대응지역 제도를 강화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전략은 앞으로의 30년을 슬기롭게 준비하기 위한 논의의 시작점"이라며 "향후 탄소중립 민관 협의체 등을 활용해 기업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정책을 계속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