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10억 벌의 폐기 의류 재활용 계획.
포도 껍질과 줄기 폐기물로 비건 가죽 생산도
[ESG경제=전혜진 기자] 패션 산업이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산업은 생산부터 관리와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석유산업에 맞먹는 공해를 배출한다. 뉴 스탠더드 경영연구소는 ‘매년 1500억 벌의 새로운 옷이 만들어지지만 의류와 옷감 전체의 85%가 폐기된다’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유행을 즉각적으로 반영한 디자인, 빠른 제품 회전율을 내세운 패스트 패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이라는 개념까지 생겨버린 패스트 패션은 환경파괴의 상징물이 되었다. H&M은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업체이면서도 ESG경영을 통해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H&M, 친환경을 위한 폐기물 재활용
H&M은 패션 산업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 파괴적이고 수자원을 낭비하는 산업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H&M은 새로운 기술 솔루션에 투자하여 옷의 제작, 사용 및 폐기 등의 전 과정을 친환경 방식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은 '2020년 가을/겨울 시즌 패션 콜렉션'에서 폐기물을 친환경 소재로 바꿔 만든 의류와 액세서리 제품을 선보였다. 계란 상자를 삼베 자루 드레스로 재탄생시켰고, 재활용 금속을 이용해 목걸이와 신발 클립 등을 만들었다.
또 향후 10년 내에 매년 10억 벌의 의류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낡은 청바지가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게 하고, 수자원을 과도하게 낭비하는 직물을 쓰지 않으면서, 물자의 흐름을 순환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협력 업체와의 업싸이클링 콜라보
H&M은 포도주 양조 공정에서 남은 포도 껍질과 줄기를 활용해 만든 비건 가죽을 선보였다. Global Change Award 수상작인 Vegea™는 이탈리아 와이너리와 협력하여 찾아낸 와인 양조 과정의 폐기물을 식물성 가죽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버려진 포도 껍질과 줄기, 씨를 비건 가죽으로 만드는 생산 과정에서도 용제나 중금속 또는 기타 유해 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보통 의류 제작 과정에선 플라스틱과 직물이 혼합되어 사용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직물의 약 65% 정도가 합성섬유인데, 이는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과 같은 소재다. 옷 한 벌이 만들어지고 버려질 때마다 플라스틱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에 H&M은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사용해 다양한 소재의 옷을 만들고 있다. 미국 화학 기업 이스트만(Eastman)이 제작한 대체 소재의 실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스트만의 나니아(Nania) 실은 60%의 환경 인증을 받은 목재 섬유와 40%의 재활용 폐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다.
음식물쓰레기로 직물 섬유를 제조하는 회사인 아그랄로프(Agraloop)에서는 삼베 섬유를 공급 받는다. 이 기업은 쌀, 밀, 옥수수, 파인애플 잎, 바나나 껍질 등 여러 천연 재료를 활용해 섬유를 제작한다. 아그랄로프는 천연 생산 공정을 통해 섬유 생산, 폐수 업사이클링, 유기 비료 발생으로 인한 온실 가스를 줄였다.
염색 천은 스웨덴 패션기업 위아스핀다이(WeaReSpinDye)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업체는 기존 염색 공정보다 소비되는 물의 75%, 화학물질의 90%를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직물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H&M은 스타트업 메이드 오브 에어(Made of Air)와 협력해, 목재 폐기물을 활용한 탄소 중립 플라스틱으로 만든 선글라스도 제작했다. 공정 과정에서 새로운 핵심 소재인 바이오숯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30%, 이산화탄소를 30% 절감했다.
H&M 크리에이티브 고문인 요한슨(Johansson)은 "2030년까지 100% 지속 가능한 재료로만 의류를 제작해 2040년까지 기후변화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폐기물을 지속 가능한 패션의 핵심 소재로 재활용해 패션 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