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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C에 주주행동 통첩한 트러스톤 ESG펀드...성공 여부에 시장 촉각

  • 기자명 서정수 기자
  • 입력 2022.01.13 13:02
  • 수정 2022.01.13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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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8.1% 확보, 경영참여 선언...주주가치 제고 요구 서한 발송
63% 대주주와 표대결은 쉽지 않아... '장하성펀드' 전철 밟지 말아야

트러스톤 자산운용 황성택 대표. 사진=트러스톤 제공
트러스톤 자산운용 황성택 대표. 사진=트러스톤 제공

[ESG경제=서정수 기자] 트러스트자톤운용(대표이사 황성택)이 BYC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주주행동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등에 업고 주주행동을 표방한 펀드가 과연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내건 일명 ‘장하성 펀드’가 실패한 전례를 들어, 트러스톤의 ESG 행동주의가 이번엔 성공해 새로운 투자문화를 형성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러스톤이 행동으로 바로 잡겠다고 나선 기업지배구조 낙후성은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트러스톤, BYC 주식 8.1% 사모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보유 중인 BYC주식의 투자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주식을 8.13%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BYC는 2020년 말 기준 연결 자산총액이 6791억원이고 최근 3년간 약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나 시가총액은 2600억원에 불과하다”며 “1983년 이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보유 부동산 가치만 현 시세로 1조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자산가치가 우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 등 사익편취행위 존재의혹, 대주주일가 중심의 패쇄적인 사업운용, 다수의 무수익 부동산 보유 및 보유부동산 가치의 저평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한 회사 이미지 추락 등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의결권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BYC가 2020년 비상장계열사에서 매입한 금액은 매출원가 대비 30%이상으로, 평가대상 기업 평균인 15%와 비교해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BYC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지난해 66%에 머물러 평가대상 기업 평균 89%에 못 미쳤다.

트러스톤은 실질적인 감사, 감독의무가 이행되는 투명한 이사회 구성,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주주친화적인 정책 등이 이루어지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트러스톤은 BYC에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사의 위법 부당행위에 관련된 경영진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트러스톤 행동에 BYC 주가 상승 흐름

트러스톤이 BYC 주식매입을 늘린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1년 2월 5.8%에 머물렀던 지분이 9월 8% 가까이 높아지자 증권계에서는 트러스톤이 주주행동 개시 수순을 밟는 것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트러스톤은 ESG를 표방한 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트러스톤ESG레벨업’, '트러스톤ESG밸류크리에이션’ 등이 그것이다. BYC 지분 매입도 이들 펀드가 주도했다.

보통 ESG펀드라고 하면 ESG경영을 잘해 ESG평가 등급이 좋은 주식을 집중적 편입하는 것이 상식인데, ESG경영을 잘못해 평가가 나쁜 기업 주식을 사들여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선 BYC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2.82%에 달하는 점을 들어 대주주와의 표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군 확보를 얼마만큼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2006년 장하성 펀드 실패의 추억

사실 주주행동에 나선 펀드는 트러스톤이 처음은 아니다. 라자드자산운용이 2006년 출시한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당시 소액주주운동을 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투자 고문을 맡으며 장하성펀드로 불렸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크라운제과 등 이 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은 주가가 급등했다.

태광산업 대표이사 해임 소송, 한솔제지 사외이사 선임 등 적극적인 행동도 펼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잇따른 주주행동의 실패와 부진한 수익률 때문에 2012년 청산됐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 부족, 작은 펀드 규모 등이 장하성 펀드의 부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하성펀드는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다수의 기업에 투자해 대상 기업의 지분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고, 다른 기관투자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데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 펀드 차별화 관건

지금은 장하성 펀드 당시와 환경이 달라져 ESG 투자에 호의적 여론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거수기'란 비난을 받았던 기관투자자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일반 소액 주주와 펀드 투자자들은 거버넌스 개선 등 ESG를 표방한 기관투자가들의 행동에 호응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2017년 이후 국내 9개 자산운용사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찬성과 중립 의견이 줄고, 반대 의견을 표명한 비율이 4.4%에서 9.8%로 증가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ESG투자에 가세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트러스톤이 BYC주식 매입에 동원한 펀드들이 폐쇄형이라는 점도 장기적인 주주행동 전략을 밀고나가는 데 긍정적 요인이다. 과거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 전략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보면 개방형 펀드에 의존해 기업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방형은 행동주의 전략 펀드에는 치명적이다. 주주행동으로 대상 기업 주가가 상승해 환매요청이 들어오면 불가피하게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장기적인 행동이 갑자기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트러스톤의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ESG투자의 또다른 모범 사례로 자리를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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