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비도덕성 부각되며, 주가 급락...소액주주 큰 손해
ESG 리스크 상징적 사건, 한국 기업 거버넌스 취약성 부각
[ESG경제=손종원 전문기자] 카카오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리스크에 직면해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가 연일 급락해, 10만원 선이 무너진 가운데 증권회사들은 앞다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10일 전격 사퇴했다. 카카오페이 기업공개(IPO) 후 한달만에 스톡옵션 행사 방식으로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해 458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게 발단이 됐다.
류 대표는 현 시점에서 카카오가 아닌 자회사의 경영자이긴 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5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후에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투자자들은 카카오페이를 카카오와 그룹으로 묶어 한 회사 처럼 인식하는 상황이다.

주주가치 보다 사익 극대화를 추구한 CEO 내정자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3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9만원의 두배가 넘는 19만 8000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KOSPI200지수에 편입되는 12월10일에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458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류 대표를 포함한 등 총 8명의 카카오페이 최고경영진이 블록딜형태로 함께 행동하여 총 87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는 ‘먹튀 논란’으로 비화돼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매각 전 12월 9일 20만 8500원이었던 주가는 1월 10일 현재 14만 8500원으로 30%나 하락하여 주주가치의 큰 손실이 나타났다.
카카오 노조와 소액주주의 반발
1월6일 카카오 노조는 류 내정자의 대표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주요 경영진의 집단적 (주식)매도는 경영자로서 윤리의식 결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노조는 “카카오 지분 7.42%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주주총회에서 대표 선임에 반대표결을 행사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한편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는 모회사인 카카오에도 직격탄이 돼 카카오의 주가는 10일 10만원 선이 무너졌다. 주가 하락에 직면한 소액주주들은 카카오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제도상 허점을 인정하고 관리강화 움직임
이번 사건은 IPO 기업의 일정기간 보호예수조항에서 스톡옵션 행사가 빠져있는 제도상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주요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도 최대주주의 보호예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스톡옵션 행사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상장 한달 만에 회사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 8명이 동시에 주식을 대규모 매도를 했다는 사실은 시장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행위임에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가 말로만 ESG경영을 표방했을 뿐, 실제 ESG를 체화하여 실행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게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무늬만’ ESG였던 것이다.
경영진의 도덕성 측면에서 ESG 감점요인
ESG를 중시하는 기업과 경영진이라면, 비록 스톡옵션 행사가 보호예수대상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거너넌스(G) 차원에서 소액주주를 생각하는 행동을 했어야 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성 측면에서 ESG스코어에 중대한 감점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는 류 대표의 자진 사퇴로 이번 사태가 가라앉기를 바라겠지만 쉽게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카카오의 ESG평가 등급은 평균 A~BB 정도로 대기업 평균 점수에 못 미치고, 업종내 순위도 하위권이다. 카카오는 이번 사건으로 지배구조 점수가 더욱 낮아질 위험에 처해있다.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대중이 이를 인정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가 자랑해온 ‘혁신'이 ESG경영, 특히 거버넌스에서도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