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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의 명암...ESG경영에 도움되도록 보완책 마련해야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2.01.15 20:40
  • 수정 2022.01.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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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인 유럽 노동이사제, 산별 노조체제와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
협력적 노사문화와 신뢰 없으면 노사갈등 부채질할 수도

                                김광기 ESG경제 편집인
                                김광기 ESG경제 편집인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에 노동이사제 의무화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노동계는 대대적으로 환영했지만, 재계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노동계는 공공기관에서 첫 단추를 꿰었으니 이제 민간 기업 차례라는 생각일 게다. 반면 재계는 민간 기업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

ESG경영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론에는 부합

노동자는 분명 기업의 이해관계자 중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다. 기업의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내부 이해관계자인 노동자들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이사제에는 전제가 따른다. 독일과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들만 노동이사제를 채택했을 뿐, 미국과 영국 등 더 많은 국가들이 이를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째, 노동이사제는 산업 경쟁력은 물론 기업 거버넌스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치열한 논의와 타협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자칫 제도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기업 경쟁력 훼손은 물론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강구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치치 않았고, 노동계 요구에 충실했을 뿐, 재계의 우려는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출발했다.

공교롭게도 4년 여 답보 상태였던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돌연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였다.

윤 후보는 “공기업에 노동이사가 있었으면 한국전력이 탈원전을 그렇게 쉽게 결정했겠느냐”는 사례를 들며 찬성했다고 한다. 이는 노조가 정치편향과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회사만을 위해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한국의 노조는 지금 그렇게 합리적으로 기업의 미래와 노동자 전체의 권익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을까? 윤 후보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유럽의 노동이사제, '공동결정제도'

독일과 스웨덴 등은 회사법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를 제도화한지 오래다. 바로 경영자-노동자의 ‘공동결정(co-determination)제도’다.

독일 기업은 이사회를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이원화해 운영하는데, 이중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노동이사가 차지한다. 감독이사회는 한국의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기업은 한국처럼 단일 이사회인데, 대기업이 3명의 노동이사를, 중소기업은 2명의 노동이사를 두도록 돼 있다.

기업의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면 ‘배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유럽의 노조와 기업은 협력적 노사관계의 전통을 확립해 놓았다.

유럽의 공동결정제도는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이다. 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고용 유지와 투자, 신규 일자리 창출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고, 노동자는 기업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노동이사 선정에 노동조합은 직접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전직원의 의사를 묻는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덕망있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물을 추천하도록 했다. 노동이사는 당연히 노조원이 아니다.

더구나 유럽은 산별노조체제가 정착되어 있다. 한국처럼 개별 기업 단위의 노조가 경영진과 직접 맞붙어 싸우는 일이 없다. 산별노조가 해당 산업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살펴 노사협상을 벌이고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기업별로 노조와 경영진이 여전히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주기적으로 갈등하는 경우가 만연하다. 기득권 노조의 반대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라인 증설과 청년 신규 채용이 막히는 사례까지 있다.

적잖은 노조의 지도부가 특정 이념이나 정치세력에 편향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에 노동이사제가 우선 도입된 공공기관들만 해도 그렇다. ‘신이 내린 직장’ ‘철밥통 직장’이란 찬사를 들으면서도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설라 치면 일단 미리띠를 두르고 반대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 길들이기다.

공공기관은 대부분 낙하산으로 내려와 잠시 거쳐가는 경영진과 비교해 노조의 영향력이 이미 막강할대로 막강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 노동자 의견의 과도한 반영으로 경영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갈 길은 정해졌다. 현재 국회의 여야 의석 비율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되돌기는 힘들다.

사실 노동이사제라는 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신뢰와 협력의 노사문화, 그런 사회적 자본이 갖춰져 있다면 ESG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다.

이미 제도는 화살의 시위를 떠났으니, 성공적으로 날아가 표적을 맞추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선 노사문화를 협력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상책이다.

시행령 등을 통해 제도 보완책도 마련해 둬야 한다. 노동이사 추천권은 어디까지나 해당 공공기관 노동자 전체에 주어져야지, 노동조합의 전유물이어선 안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유럽의 경우도 노동이사를 노조가 직접 추천하지 않고 별도의 노동자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구를 통해 추천한다. 노동이사는 또한 노동조합원이 아니며, 노조원이라면 노동이사가 되기 전 탈퇴하는 수순을 밟는다.

노동이사도 이사회 멤버가 되는 순간, 법적으로 회사 경영에 책임을 지는 경영진의 일원이 되기 때문에, 이해상충을 차단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앞으로 협력적 신노사문화를 정착시켜는 기여하며 순항하기를 바란다. 재계와 협의해 적절한 보완책도 마련해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민간 기업 노동이사제 또한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법으로 강제할 게 아니라 민간 자율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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