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동물 멸종 진행 중...소행성 충돌 아닌 인간 탐욕이 원인
ESG 트렌드로 생태계 살피는 '자연자본' 개념 확산. 생물다양성 발자국도 표시

[ESG경제=김민정 기자]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하와이대와 프랑스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공동 생물학 연구진은 인간 활동으로 인해 현재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가 첫 출현한 이후 생물다양성은 지속적인 위기를 겪어 왔다. 인간 활동은 생산을 증대시켜 문명을 발달시켰지만, 결국은 지구의 모든 것을 파괴할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온 상승이 인류와 지구 전체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지구는 총 5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4천500만 년 전 후기 오르도비스기에 일어난 것으로, 갑작스런 기후 변화로 인해 해양 생물 종의 85%가 멸종했다. 두 번째 대멸종 역시 급격하게 낮아진 기온 변화로 인한 것으로, 해양 생명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의 변화는 소행성 충돌이나 거대한 화산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세 번째 대멸종은 소행성 충돌로, 공룡 등과 함께 전 지구 생명체의 75~96%를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에 일어난, 세 번째 대멸종 사건은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과 함께 전 지구 생명체의 75%를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4차 대멸종, 5차 대멸종도 각각 지구 온난화와 소행성 충돌이 원인이었다.
6번째 대멸종 시작...26만종 이미 멸종
6번째 대멸종 위기라고 명명한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오로지컬 리뷰스(Biological Reviews)>에 게재됐다. 연구에서는 육지달팽이와 민달팽이에 대한 추정치와 데이터를 사용해, 서기 1500년 이후부터 지구의 200만종 생물의 7.5%~13%가 이미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이 비율은 약 15만~26만 종에 해당한다.

연구 주저자인 로버트 코위(Robert Cowie) 교수는 “포유류와 조류에만 초점을 맞추고 생물다양성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무척추동물을 배제하는 연구는 편향된 견해”라며, “무척추 동물을 포함해 생물다양성을 연구한다면, 현재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은 적지 않다. 이들 동물을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보존 전략이 시도되고, 일부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연체동물 등 모든 종의 멸종을 막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일부 종의 멸종되는 전반적인 추세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자연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 활동을 개선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종이 멸종되기 전에 생물다양성을 문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코위 교수는 “인간은 생물권을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우리는 미래와 지구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멸종 위기에 놓인 종에 대한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보존 의지가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SG 트렌드, '생물다양성'이 핵심으로 떠올라
생물다양성은 최근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에서 기후변화에 이어 핵심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ESG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생물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블랙록 역시 '자연자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기업들에게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나 글로벌 기업들도 탄소 배출량 감축과 더불어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 공시 태스크포스(TNFD : 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는 전 세계 기업들이 2030년까지 생물 다양성 관련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성 관련 지표를 공개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프랑스의 에너지 솔류션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환경경제학에 기반한 자연자원의 가치 개념을 도입해 생물다양성 점수(Global Biodiversity Score)를 산정하고, 이를 통해 자사 제품군에 대한 생물다양성 발자국(End-to-end biodiversity footprint)을 표시하고 있다.
TNFD 크레이그 공동위원장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 다양한 야생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며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자연자원 낭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연자본에 대한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 구축을 통해 세계적인 생태계 위기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