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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급락 여파...순항하던 ESG 펀드도 인기 꺾이나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2.01.20 07:27
  • 수정 2022.01.2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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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테크주 하락과 리서치 비용 증가가 ESG 펀드 성과에 부담 줄 듯”
투자 수익률 크게 떨어지면 ESG 펀드 투자자들 이탈 우려
금리 인상 부담 속 나스닥,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며 조정 국면 진입

나스닥 하락이 ESG 펀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걸린 나스닥 로고. 로이터=연합
나스닥 하락이 ESG 펀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걸린 나스닥 로고.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지난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투자금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질 위험에 처했다. ESG펀드가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대형 테크주의 부진과 리서치 비용 압박이란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는 18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대형 기술주로 대표되는 성장주의 강력한 랠리에 힘입어 몇 년 동안 고공행진을 했던 ESG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 수익률 수준이거나 하회할 우려가 커졌다"며 "ESG펀드의 급격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누미스의 주식 분석가인 데이비드 맥칸은 "결국은 투자 성과가 ESG펀드의 순항 여부를 테스트할 것"이라며 "ESG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 모두가 순전히 ESG 목적만을 위해서 투자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즉, ESG 경영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ESG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ESG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그만큼 컸다는 것이니, 그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데이터 제공회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연말로 갈수록 유입 속도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글로벌 ESG펀드 자산은 지난해 9월말 현재  3조 9000억 달러로, 반년 새 두 배가 늘어났다.

ESG 펀드들, 대형 기술주 투자 비중 높아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모두 합쳐 총 34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인 세계 20대 ESG펀드들이 대거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애플 같은 대형 기술주들이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크게 뛰었고,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ESG 관련 내부 조직 운영과 대외 홍보에 능력을 발휘해 ESG평가기관들로부터 최상위의 ESG평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조기 금리 인상에 양적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뒤 국채 금리가 솟구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으면서 기술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기술기업처럼 개별적인 사업 전개와 전망을 넘어 '혁신'으로 묶인 종목들은 보통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 인기가 높고,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높은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존하는데, 금리 상승기에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주식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ESG 펀드들

포트폴리오 내 기술주 지분율(단위: %) (출처: 루미)
포트폴리오 내 기술주 지분율(단위: %) (출처: 루미)


조정 국면 진입한 나스닥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일(현지 시간)에도 1.15% 급락해, 지난해 11월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10.7%가 하락해 사실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나스닥이 최근 조정 국면에 들어갔던 건 2021년 초로 당시 2월 12일부터 3월 8일 사이에 10% 이상 하락했었다. 

최근의 이런 부진이 일시적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만일 기술주에서 가치주로의 자금 이동이 계속될 경우 기술주 투자 의존도가 높은 ESG 펀드는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제퍼리스의 주식 리서치 연구원인 톰 밀스는 “ESG 펀드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비중확대(overweight)’를 해놓은 상태인데, 금리가 오르고 가치주로의 전환이 일어나면 이들 펀드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은행과 자원주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하겠지만, ESG 펀드들은 그런 주식들에 ‘비중축소(underweighted)’ 상태”라고 말했다.

높아진 리서치 비용도 ESG 펀드에 부담

리서치 비용 증가도 ESG 투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전 세계 주식 리서치 비용이 올해 13억 달러까지 오르면서 이미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며, 시장의 조정이 길어질 경우 ESG 전략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SG 펀드 운용 전략을 짜려면 리서치가 필수적인데 그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스트 컨설팅 추정에 따르면 유럽에서 자산운용사의 리서치 예산은 2016년과 2022년 사이에 50% 이상 늘어났다. 그런데 기업들은 유럽의 금융투자업계 규제안인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II)으로 인해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리서치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프로스트의 네일 스카트 분석가는 “투자회사 고위 매니저들을 만나 얘기해 본 결과 그들이 ESG 수입과 비용 사이의 관계를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SG펀드를 팔아봐야 별 수익이 생기지 않으면 판매에 소극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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