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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마다 제각각인 ESG 평가, ESG 리스크 파악에 혼란 부채질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2.01.21 18:48
  • 수정 2022.01.21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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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크레디트 스위스 지배구조 평가 통해 들쭉날쭉한 ESG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 비판
ESG 투자 관심 커지나 투자자들은 제각각인 ESG 평가 결과 보고 혼란 빠져
국내 기업들에 대한 ESG 평가 결과도 기관마다 편차 심해

취리히 지점에 붙어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로고. 로이터=연합
취리히 지점에 붙어 있는 크레디트 스위스 로고.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여러 차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스위스 금융회사 크레디트 스위스의 안토니오 호르타-오소리오 회장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2019년 전임자가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전직 임원을 미행한 일명 ‘스파이 스캔들’ 파문에 휩싸여 자리에서 물러난 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지만,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불명예 퇴진했다.

두 사람 모두 허술한 리스크 관리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크레디트 스위스의 재건을 위해 발벗고 나섰으나 끝내 노력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2019년 9월 2일 런던 다우닝 가를 떠나고 있는 안토니오 호르타-오소리오 회장. 로이터=연합
2019년 9월 2일 런던 다우닝 가를 떠나고 있는 안토니오 호르타-오소리오 회장. 로이터=연합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자들은 최고 경영자들의 이와 같은 부도덕하거나 비상식적인 행동과 그로 인한 불명예 퇴진을 보고 ‘지배구조’ 면에서 크레디트 스위스가 당연히 낙제점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할지 모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배구조 점수를 낮게 준 평가기관도 있긴 하나, 여전히 높게 주고 있는 기관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은행을 "기관들의 ESG 평가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투자자들이 ESG 리스크를 파악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들어 비판했다. 

제각각인 ESG 평가에 투자자들 혼란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련 펀드로 투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등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자 월가에서는 기업들을 상대로 ESG 점수를 매기는 게 유행처럼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가기관들마다 평가 결과가 들쭉날쭉이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무엇이 옳은 평가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실정이다.

WSJ은 “ESG 평가기관들은 크레디트 스위스의 전반적인 ESG 점수가 다른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를 보여야 하는지는 물론이고 이 은행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조차도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름 ESG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조차 ‘양호한 지배구조’ 같은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면, 환경과 종업업과의 관계 내지 사회적 영향처럼 더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어떻게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S&P글로벌은 박하게, 레피니티브는 후하게 평가 

WSJ가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ESG 평가기관 중에 S&P글로벌이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배구조에 가장 비판적이었다.

이 회사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배구조 순위를 평가 대상인 747개 글로벌 은행과 금융기관 중에 725위에 올려놓았다. 지배구조 평가점수는 100점 만점에 15점으로, JP모건체이스의 83점과 골드만삭스의 89점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S&P글로벌이 환경, 사회, 경제 면에서 크레디트 스위스를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바람에 이 은행의 전체 ESG 평가 점수는 JP모건이나 골드만보다 높은 57점이 됐다.

반면에 런던증권거래소 산하 데이터 제공회사인 레피니티브(Refnitiv)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ESG 평가에 가장 후했다.

레피니티브는 ‘경영진’ 점수를 95점으로 줬고, 지배구조에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전체 ESG 점수는 물론이고 JP모건과 골드만과도 비슷한 81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위에 언급한 두 기관의 중간 정도의 점수를 줬다.

MSCI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배구조가 JP모건이나 골드만과 비슷한 수준의 ‘중간’ 정도가 된다고 평가하면서, 7등급 중 3등급에 해당하는 싱글 A 등급을 줬다.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FactSet) 산하 트루밸류 랩스(Truvalue Labs)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전반적인 ESG 점수를 평균 이하로 매기면서, 이 은행의 지배구조에는 JP모건의 34점과 골드만의 29점의 중간 정도인 32점을 부여했다.

평가 방법 차이가 평가 결과 차이 만들어 

WSJ에 따르면 이처럼 평가기관마다 평가 결과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레피니티브의 점수가 높은 이유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논란이 되는 점’들을 ESG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별도의 영역으로 분류해놓았기 때문이란 게 WSJ의 분석이다.

신문은 또 이사회의 다양성, 이사회 정책, 사외이사, CEO와 회장의 역할 분리 등 지배구조의 다양한 면 중에 어떤 점을 더 비중 있게 평가하는지와 중요한 요소에 대한 평가에 평가자의 주관이 얼마나 개입됐는지에 따라 기관들의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외에도 기업들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분야 등에 대해 평가기관들의 추정치가 다른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ESG 평가도 편차 심해 

이처럼 기관마다 기업들의 ESG 평가가 서로 다른 것이 미국 기업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외 ESG 평가 동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MSCI, 레피니티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대표 3개 ESG 평가 기관이 모두 등급을 발표한 55개 기업의 평균 등급 격차는 1.4단계이고, 3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은 22개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면서 WSJ과 마찬가지로 평기가관마다 제각각인 평가 결과를 지적한 바 있다.

전경련 조사 결과, ESG 등급이 동일 기업이라도 총 7단계 중 최대 5단계까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자료 제공 = 전경련 
자료 제공 = 전경련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기관마다 평가 결과가 다른 이유는 평가 항목과 기준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분야별로 평가 카테고리에서 체계와 내용 등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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